세계 태권도인 결집·위상 높이는 '태권도 성지' 바란다
다음달 4일이면 무주 태권도원이 공식적인 개원식을 갖는다. 1주일여 남았다. 애초 지난 4월로 예정됐으나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미뤄졌다.
9월 4일은 ‘태권도의 날’이다.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날짜다. 세계 태권도인들의 단결과 태권도의 위상 강화를 위해 2006년 7월 25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WTF(세계태권도연맹) 정기총회에서 이날을 태권도의 날로 정했다.
태권도의 날을 맞아 무주 태권도원이 개원식을 갖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태권도의 날 제정 취지에 맞게 무주 태권도원이 세계 태권도인들의 단결과 태권도의 위상을 높이는 태권도의 성지가 돼야 한다.
그러면 무주 태권도원에 대해 해외 사범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그동안 문체부나 태권도진흥재단, 전북도 등의 초청으로 적지 않은 해외 사범들이 무주 태권도원을 다녀갔다. 이들은 태권도원이 정부의 많은 예산투자로 좋은 시설을 갖췄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또 무주 태권도원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국기 태권도가 세계 속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길 기대하는 마음도 똑같다. 태권도원이 세계 태권도의 심장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닥친 무주 태권도원의 운영문제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태권도원이 태권도 발전을 위한 구심체로서의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 젖는 사범들이 많다. 외형으로 보이는 하드웨어에 비해 운영체계, 즉 소프트웨어가 너무나 부실하고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태권도연맹 회장을 지낸 박용진씨(전 아이오와 주립대 체육과 교수)는 태권도원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세계태권도협회(WTF) 등 태권도 관련 단체들이 태권도원내로 빨리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와 함께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는 OTC(Olympic Training Center·올림픽훈련센터)를 방문한 그는 “OTC에는 미국내 모든 종목의 연합회가 들어와 있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그런데 한 때 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사전에 알고 모금운동을 통해 지켜냈다. 태권도원도 마찬가지로 관련 단체들이 모두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외국에서도 태권도원을 인정하고 먼 장래의 발전을 내다볼 수 있다. 자기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태권도원을 만들어놓고 이제와서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생활의 불편에 따른 기득권만을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강동원 사범은 “시설은 더 할 나위 없이 잘 지어졌다”면서도 “태권도원과 해외 사범들이 서로 상생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권도원을 찾는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하고 사범들이 기분 좋아야 하는데, 현재는 눈앞에서 손 비비고 명예를 찾는 사람들만 대접해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태권도원만 만들어놓고 운영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그는 “태권도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해외 사범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했다.
임피 출신의 김삼장 사범(74)도 정부의 태도와 관료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태권도를 전혀 모르는 관료조직이 태권도원을 운용하다보니 상부의 눈치만 살필 뿐, 태권도인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읍 출신의 박연환 사범(62)은 “태권도원이 전북에 세워진 것은 전북 도민들에게 큰 흉복”이라며 “전북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홍보도 하고 아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객들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전북에서 더욱 노력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태권도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범들을 잘 대우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명한 사범들만이 아니라 시골의 한 구석에서 온 작은 도장의 사범들이라도 자신들의 학생들 앞에서 최고로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 가지 사례로 자신의 도장에서 학생들이 연습하는 모습 등을 태권도원에서 영상으로 틀어주며 사범들을 대접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태권도의 성지에서 자신의 도장 영상물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이냐”는게 박 사범의 설명이다.
박 사범은 태권도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학생들 앞에서 항상 흐트러지지 않고 경건하고 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경 출신의 이상철 사범은 “대기업의 연수원으로 쓰려고 태권도원을 만든 게 아니다”며 “천주교인들에게 로마 교황청을 바라보듯이, 태권도인들에게는 태권도원이 그런 의미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권도원을 갔다오면 뭔가 공허함을 채우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가면 갈수록 뭔가 신비롭고 경외스러운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난과 역경이 있어야 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아무 도장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을 태권도원에 가서 또다시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상철 사범은 또 문체부와 태권도원이 몇몇 사람의 말만 듣지 말고 해외 사범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손님을 초청하면 주인의 입맛에 맞춰 음식을 차리느냐, 손님에 맞추느냐?”며 “올 사람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미국, 소련, 중국, 일본,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사범들의 아이디어를 받아서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진흥재단 이사진에는 왜 이름내는 사람들만 들어가야 하느냐? 해외 인사들도 들어가야 하고, 태권도원의 발전을 누구보다도 바라는 전북인들도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전 회장은 손님을 맞으려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제대로 신경을 써야 한다며 몇 년 전 태권도원을 방문했을 때 겪었던 일을 소개했다. 외국인과 한국출신 사범들을 모아놓고 45분 동안 한국어로 설명하고 나서 마지막에 가서 “Do you have any question?“하고 묻더라는 것이다. 외국 사범들이 당황하고 어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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