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를 쓰면서 몸안에 있는 언어를 뽑아내지 못해 아쉬웠고 너무 많은 말을 찾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번 당선을 계기로 단어 하나라도 허투루 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다.”
창작의 고뇌를 고백하며 단상에 오른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박복영 씨(52)의 소감에 축하를 위해 참석한 문인들은 공감을 표하며 박수를 보냈다. 담금질한 언어의 수열(數列)을 풀어내야 했던 문청(文靑) 만학도의 수줍은 고해는 모든 작가의 고민이기도 했다.
14일 전북일보에서 열린 (재)가천문화재단 후원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는 도내 문인 등 100명이 참석해 수상자를 축하하는 등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박복영 씨를 비롯해 소설 박이선(45), 수필 윤미애(58), 동화 최빛나 씨(31)는 이번 신춘문예 당선을 초석으로 창작활동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직 소방관인 박이선 씨는 자줏빛 두루마기를 곱게 차려입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할아버지가 중요한 자리에 출타하실 때 꼭 한복을 정갈히 입고 호박 장식을 다셨던 모습이 좋아 의미있는 자리에는 한복을 갖춰 입는다”고 들려준 뒤 당선의 원동력을 가족에게 돌렸다.
그는 이어 “책상 밑에 소설책을 놓고 읽던 아이에게 독서상을 주신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문학적 재능을 인정해주신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이 상을 귀하게 생각하며 글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4시간이 걸려 포항에서 달려온 윤미애 씨는 “남편의 고향이 고창이라 전북에 애착이 가고 낯설지 않다”면서도 “과연 이 상을 받아도 될지 누가 되지는 않을지 고민이 생겼다”고 당선에 대한 부담감도 나타냈다.
윤 씨는 이어 “3남매의 엄마로, 11남매의 맏며느리로 살다 환갑 때 책을 내보자 해서 글쓰기를 배웠다”며 “좋은 선생님과 문우를 만나 실력을 갖출 수 있었는데 이번 당선을 여생에서 많이 베풀며 살라는 뜻으로 새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더불어 “수필은 연륜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젊은층도 이를 쓰고 즐겼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회사원인 최빛나 씨는 “지난해 ‘참새 할머니’가 본심까지 올라 한 번 더 도전했는데 올 당선 소식을 들어 몇 배 더 감사하다”며 “3년 전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했는데 작품이 부족한 만큼 배우는 자세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본심 심사위원 가운데 대표로 심사평을 한 이동희 시인은 “신춘문예 당선작에 경향성이 있다고 하지만 이번 심사를 하면서 이 말에 의문이 들었다”면서 “사유의 깊이와 미학적 감동이라는 문학의 진실성에 초점을 두고 심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인은 이어 “시 당선작 ‘갈매새, 번지점프를 하다’의 경우 청소년 자살의 아픔을 문학적 진실을 통해 아픔마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고 해석했으며, “소설 ‘하구’는 글과 서사를 담보해 참한 작품이었고 수필 ‘못갖춘마디’는 압축과 절제, 함축과 여운이 돋보였다”는 관련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소개했다.
또한 “동화 ‘엄마의 빨간구두’ 는 주인공의 갈등 해소 과정과 문장의 간결함 등을 장르성에 비중을 두고 뽑았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그는 프랑스 작가 미셀 트루니에의 일화를 소개하며 당선자들의 창작 활동을 북돋았다.
이 시인은 “프랑스에서 존경받는 작가였지만 정작 그 어머니는 괴테나 빅토르 위고와 아들을 비교하며 작가라는 말이 붙이 않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되라고 독려했다”며 “오늘 당선자들도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축사를 맡은 정군수 전북문인협회장은 “ ‘신춘’이라는 말로 봄이 더 다가오는 것 같다”며 “신춘문예로 문단의 길에 들어선 사람은 각고와 인고의 시간을 지나 용문(龍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등단 작가들이 신춘문예를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자랑으로만 여긴 뒤 떨어지는 별처럼 없어지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며 “거듭거듭 창작 활동을 펼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전북일보사 서창훈 회장은 “올 신춘문예는 질적인 측면에서 향상됐다”며 “우리 신춘문예 출신들이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고 문단을 살 찌우는 것처럼 올 당선자들도 그 뒤를 따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아울러 “올해는 미당 탄생 100주년이며, 신석정 시인을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치러지고, 가람 이병기 선생의 문학관 건립이 기대되는 해로 이런 문단의 활동을 성심성의껏 조명하겠다”며 “물질이 생명을 압도하는 시대일수록 작가의 소명이 무거운 만큼 나약한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 생명의 고귀함과 감수성을 일깨우는 작품을 많이 쓰고 세월이 흘러도 기억되는 작가로 대성하길 바란다”고 보탰다.
2015 본보 신춘문예에는 시 158명 684편, 단편소설 57명 60편, 수필 113명 262편, 동화 65명 69편 등 모두 1075편이 응모했다. 지난달 16일 예심을 거쳐 같은 달 24일 본심에서 당선작을 결정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공숙자 국중하 김경희 김계식 김기화 김남곤 김선 김영 김용옥 김종진 김춘자 김한창 김형진 문신 복효근 서재균 선기현 소재호 안도 오하근 유응교 이동희 이목윤 이병천 이운룡 이정숙 이종호 장태윤 전병윤 전선자 전정구 정곤 정군수 정영길 조기호 조흥만 최기우 최정선 허소라 허호석 씨 등 도내 문인과 문화예술인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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