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탄생 100주년 / 고창지역 문인들 주축 / '미당문학회' 창립총회 / 전국 100여 문인 찾아 / 논란 탓에 군수 등 불참
그간 여러 논란에도, 미당 시를 사랑하는 문학 활동들은 여러 곳에서 이어져 왔다. <현대문학> 지에서 미당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들의 ‘미당 시맥회’, 중앙일보사가 주관한 ‘미당문학상’, 동국대학교의 ‘미당백일장’, 계간 <미네르바> 의 ‘질마재 문학상’등이 그것이다. 미네르바> 현대문학>
그러나 막상 미당이 태어나고 미당의 시심을 자라게 한 전북과 고창에서는 이를 기리고 선양하는 구심체가 없었다. 생가와 외가는 방치되다시피 하고, 미당시문학관이 있지만 허술하기만 하다. 한국문단에서 차지하는 미당의 위상을 고려할 때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공감대 속에 올 미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역 문인들을 중심으로 미당의 삶과 작품을 재조명하기 위한 ‘미당문학회’가 창립됐다.
“미당 시의 위대성은 우리의 모국어를 단순한 의사 전달의 도구적 기능에서 벗어나, 그것에 혼과 넋을 불어넣는 주술적 언어로 영원을 노래하면서, 차원을 달리하고 있는 점입니다. 우리민족, 집단 무의식의 저 심연(深淵)에서 웅크리고 있던 한(恨)과 설움을 건져 올려 이를 아름답게 승화하여 주고 있기 때문에, 미당을 ‘이 나라 시인 부족의 족장’(유종호), ‘시의 정부’(고은), ‘백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시인’이라 극찬을 했던 가 봅니다. ”
지난 7일 고창에서 열린 미당문학회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김동수 시인(백제예술대 교수)은 “이런 미당의 시가 근자에 들어 우리의 문학사에 사라져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고 했다. 미당의 순일(順日)과 한 때의 정치적 과오를 문제 삼아 그의 문학을 비난의 대상으로 배척하면서 나온 현상이지만, 그의 문학적 성과까지 버려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당의 잘못된 과거 또한 한민족 질곡의 역사요 자화상의 일면이기에, 그러한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수용하고 비판하면서 그의 좋은 작품들을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지켜가는 게 보다 성숙되고 발전적인 자세라고 봅니다.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도 동시에 버릴 수 없는, 아니 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민족문화의 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이날 창립총회 역시 미당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명암이 엇갈렸다. 신임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전국 각지의 100여 문인들이 총회 창립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았지만, 정작 고창군수와 고창군의회 의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 단체에서 미당 기념활동을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문효치 이사장은 “미당은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 있는 시성이며, 모국어를 빛낸 시인이다”며, 한국문인협회 차원에서도 애정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근배 예술원 회원(시인)과 한국기독교문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이성교 성신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미당문학회 고문직도 선뜻 수락했다. 도내에서는 김남곤(전 전북일보 사장)·이운룡 전북문학관장·송하선 시인(우석대 명예교수)이 고문으로 참여, 문학회 활동의 울타리로 나섰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서지원 시인은 미당 시인이 생전에 준 ‘남풍’(南風)이라는 낙관 등 애장품을 기탁했다. 수원에서 <시와 경계> 주간으로 활동하는 김왕로 시인·서지월 대구시인학교장·순천의 우정연 시인, 부산의 시 낭송가 고선나 씨 등도 미당문학회 창립에 동참했다. 김춘진 국회의원·지역의 문인들과 함께 이강주 명인 조정형·화가 조영철 씨 등 미당 시 애호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시와>
“미당문학회는 문인만이 아닌, 지역과 계층을 불문하고 미당의 시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을 대상으로 문을 열어놓겠습니다.”
김동수 회장은 향후 미당문학회를 전국적 조직으로 넓히고, 해외지부까지 둘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당장 올해 여러 단체들과 힘을 합쳐 ‘미당 탄생 100주년 기념식’을 합동으로 갖고, 문예지 <미당문학> 를 발간할 계획이다. 미당문학>
또 미당문학상 제정, 미당시문학관 증축과 생가터 보수, 미당이 다녔던 서당과 외가 복원, 그리고 질마재 신화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미당문학의 브랜드를 세계적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자치단체 등과 협력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미당문학의 브랜드화를 통해 고창과 전북이 한국문학의 메카, 나아가 세계인이 찾아오는 문학의 성지 순례 코스가 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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