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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 순국 역사를 잊은 조국과 후손

무명농민의병 순국 충혼비 건립 시급

▲ 이종철 일본쿄토조형예술대 특임교수·前 한국전통문화대 총장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는 신채호 선생님의 사자후에서 우리는 애국정신이 죽으면 민족의 생명력, 시대정신 또한 죽는다는 것을 최근의 집권지배층의 청문회와 삶의 행적에서 거짓독백의 굿거리로 보게 된다. 약자와 소수자의 후손을 둔 원죄 때문에 순절한 400여 ‘무명농민의병의 순국’을 망각 속에 냉동시켜버릴 때 대한민국의 역사정의는 비웃음을 사고, 국민의 애국심은 뿌리가 말라버린다. 옛 전북 땅 이었던 금산의 ‘7백의 총’, 전북 완주군 운주면과 금산군 진산면의 경계지인 배티고개의 ‘이치전적지’, 남원의 ‘만인의 총’은 임진·정유왜란 때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과 활과 창, 낫과 괭이를 들고 백병전으로 맞섰던 농민의병들의 치열한 격전 현장이다.

 

1592년 8월 18일 곡창 호남의 나들목 금산 전투에서 관군과 고경명, 조헌 의병장 휘하 700여 농민군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접한다. 8월 27일 익산의 이보, 소병진 의병장은 죽창과 활과 낫과 쇠스랑으로 무장한 채 농민의병 400명을 이끌고 이티재에서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왜군 2만과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했다. 전장의 포흔이 지난 후 십여 일 간 이보 의병장은 목이 잘린 채 놓여있어 시신 수습이 어려웠고 그의 가노들은 허묘(시신이 없는 무덤)에 함께 묻힌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복리와 충남(옛 전북) 금산군 진산면 묵산리의 이티고개 주변에는 임진왜란 때 전라도 도절제사를 지낸 권율장군의 충장사와 황진 동복(전남 화순 동복면)현감의 임진왜란 전승 기념비가 2006년 5월 후손들에 의해 세워졌다.

 

국난초기에 별똥별이 흐르듯 왕조의 관군이 1592년 7월 며칠간의 첫 승리를 안겨준 승전은 치하할 만하다. 그러나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잔뜩 진 무명농민의병의 거룩한 참전과 자발적 의거의 민족기상은 청사에 빛날 순절이었으니 선조들의 긍지이자 후손들의 자부심이 아닐까. 무명 농민의병의 순절과 애국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 보다 깊은 역사의 거울로 왕조와 정권을 뛰어 넘는 시대정신이다.

 

임진정유왜란 7년 동안 전 국토가 일본군에 유린당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국민은 포로와 유랑민이 되었고 가장을 잃은 가족과 후손은 대를 이어 초근목피로 연명하게 된다. 삶이 각박한 후손들을 둔 400여 무명 농민의병들은 순국의 명예나 가슴 불타는 순절의 애국심도 망각된 채, 역사의 진실은 지도이념이 상실된 국가와 후손들에 의하여 모독되고 잊혀져 왔다.

 

바라건대, 국가는 왕조의 공직자인 관군의 허세성장의 승전비와 함께 슬픈 역사의 현장으로서 순절 순국 희생한 ‘무명 농민의병 순국 충혼비’건립을 동시대에 함께 추진했어야 했다.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누구도 왜곡해서는 안 되며, 순국선열의 평가에서 공정, 투명, 신뢰성이 결여된 역사지식에 대한 가치판단의 유산을 상속하여 방치하여서는 안 된다.

 

임진정유왜란에 1만2000명의 무명농민의병을 배출한 전라북도는 완주군, 익산시와 공동으로 완주군 운주면 백두정간 이티고개에 국가 사회적 존경과 신뢰 표석으로써 ‘임란 순국 무명 농민의병 충혼비’를 더 늦기 전에 세워야 한다. 조국의 위기에 부모가족 친지를 버리고 초로와 같이 목숨을 던진 ‘무명 농민의병 순국충혼비’를 무지 속에 묻어 버린다면 대한민국의 역사 정의와 공정한 가치문화는 소생될 수 없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 若無湖南 是無國家)를 얘기한 충무공의 절규는 1만 2000명이 순국한 전북농민의병의 기개와 순절을 목격한 지혜와 애통함의 외침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과 전라북도의 역사정의는 지금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며 허둥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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