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1 04:44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기획
일반기사

[이색&공감] 전주 서학 토요문화장터

거주 예술인·주민들 손잡고 '벼룩시장' 열어 / 이웃과 삼삼오오 일상 나누며 문화예술 만끽

▲ 지난 18일 전주 서학동 예술인 마을에서 열린 토요문화장터.

침체기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가운데 시장과 문화예술을 접목한 사례가 두드러진다. 도내에서도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과 같이 문화활성화 차원의 크고 작은 장터가 각양각색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장터를 구경하러 오는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의 발길도 잦아든다. 최근 예술인 마을로 각광받고 있는 전주 서학동에도 소소한 장터가 선다고해 지난 토요일 그 곳을 찾았다.

 

서학동 예술인 마을은 지난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 (사)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가 주관하는 2014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사업에 예술가가 살고 싶은 ‘서학동 예술마을’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이 일대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예술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예술가가 살고 싶은 마을, 주민과 더불어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그 취지다. 사업 선정을 계기로 그간 예술교육, 체험워크숍을 비롯한 사업이 서학동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의 모임체인 서학예술마을 공동체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서학동 토요문화장터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리고 있다.

 

마을 공동체 일구는 동네장터

 

장터 입구에는 ‘보물찾으러 왔소’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다른 장터에 비해 규모가 크거나 판매자가 행과 열을 이루며 즐비하게 서 있는 장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 몇몇이 나와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그야 말로 외국의 작은 마을에나 봄직한 물물교환 장터와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인지 장사는 뒷전이고 토요일 모닝커피를 함께 나누느라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서학 토요문화장터가 만들어진 계기에 대해 이희춘 촌장과 서학아트 스페이스 김성균 관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내부적 동기는 우선 서학동 마을 사람들이 서로 얼굴도 익히면서 함께 의식을 나눌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예술인마을 프로젝트 사업의 초기단계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것은 원주민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였습니다. 그래서 이주 예술가와 원주민이 통합하는 것을 사업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삶의 유지공간으로 마을이 확장돼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것이 지역민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과 예술가가 함께 할 수 있는 소소한 시작을 문화장터로 잡았다. 일주일 중 하루라도 대문밖에 나와서 예술가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그리고 주민은 일상을 서로 나누며 마을공동체로서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 내재돼 있었다.

 

12살 짜리의 딱지가 '완판'

 

토요문화장터를 시작한 지난달만 해도 장터라고 하기에는 판매자의 수가 너무 적었다고 한다. 운영 7주째, 예술인마을에 입점한 공방이 토요일이면 자기 공방 앞에 오픈스토어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동네 주민에게 홍보하고 지인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지금은 15개 정도로 늘었다.

 

판매자로 참여한 한 청년은 “예술가는 시장이나 무대에서 낯선 관계로 만나는 사람이었는데 장터에서 예술가들을 만나 대화하며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접하고 이해하는 일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서학동 문화장터는 참여절차가 까다롭거나 복잡하지 않다. 그만큼 인근 주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턱을 낮췄다. 사업초기인 만큼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운영진의 얘기다. 동네의 자발적 문화장터를 지향하는 만큼 창작물도 좋지만 일상의 소소한 물건들이 매매, 거래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인지 물건이 꽤나 다양했고 그 만큼 보는 재미도 색달랐다.

사용하지 않은 가방을 비롯해 지갑, 신발, 향수를 바리바리 가지고 나온 40대 아저씨. 양말을 리폼해서 촉감 좋은 손인형을 만들어 나온 아주머니, 지금은 살이 쪄서 못 입는다며 처녀 때 입었던 옷을 5000원이하의 가격으로 팔고 계신 아주머니. 집에서 직접 만든 김부각을 가지고 나온 아주머니. 집의 창고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다. 그간 참여한 판매자 중 최연소인 12살 남자아이가 자신이 모아뒀던 딱지를 가지고 나와 완판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서학 토요문화장터의 또 하나 볼거리는 오픈갤러리다. 서학동 초입에 가면 지역작가의 낯익은 작품이 눈에 띈다. 그럴싸한 전시관 벽에 걸린 것도, 할로겐 조명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자연광을 받아 더욱 자연스럽고 친근하다. 서학동에 거주하는 진창윤, 강금란 작가를 비롯해 이철규, 류명기 작가 등 지역작가 10여명이 5호 이하의 소품 2-3점씩 모두 20점 내외가 시장에 나왔다. 작품 판매가가 워낙 낮다보니 되려 작가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사가는 일도 흔하다.

 

기획·인력 필요성 커져

 

마을장터지만 관련된 업무를 주민이자 작가인 이들이 직접 하다보니 횟수가 더해질수록 부담도 크고 한계도 드러난다.

 

이희춘 촌장은 “동네의 장터가 보다 확장돼 지역은 물론 외부에 적극적으로 홍보되고 관광객 유입으로 발생하는 경제창출이 동네 주민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전문 기획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공동 작업을 하면서 의견을 모으는 것도 만만하지 않다. 이 촌장은 “작업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목적이 다 다른 사람이 모이다 보니 각자 생각하는 마을의 비전도 제각각이다”며 “그 과정에서 뜻을 융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힘이 든다. 내가 조금 희생하고 같이하는 행사와 사업을 지지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요일 반나절 동네에 마실 나와 내 물건을 매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쇼윈도에서 보던 공방이 거리로 나와 작업과 생활이 연속성을 지니고 지역과 공유하는 것이 서학 토요문화장터가 지닌 매력이었다. 일주일의 일상이 토요일 장터로 연속되고, 묻혀져 있던 물건이 또 다른 가치를 찾아가며, 주민의 취미를 경제활동으로 잇는 가치가 서학동 장터의 보물이었다.

▲ 임진아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