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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공감] 이웃과 동행하는 군산 '착한동네'

생활 속 기부 '미리내 가게' 군산 1호점 / 공동체 가치 어우러진 정서적 공간 조성 / 아동·청소년·노인 대상 봉사활동 진행

▲ 지난 4월 25일 ‘착한 동네’가 진행한‘다 : 가족축제’에서 비아 트리오(Via Trio)가 연주하고 있다.

얼핏 봐서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노란색 예쁜 건물. 좀 더 들여다보니 cafe(카페), library(라이브러리, 도서관), gallery(갤러리) 등의 글자도 보인다. 가장 크게 적힌 글자가 ‘착한 동네’인 것을 보니 가격도 맛도 ‘착한’ 카페인 것 같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 테이블은 몇 개 안되는데, 여기저기 붙어 있는 글들이 어찌나 많은지.

 

“대체 여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이 곳은 이웃들의 착한 마음과 행동을 연결하는 곳입니다.”

 

앞치마를 매고 정성스레 커피를 내리는 박훈서(44) 대표의 대답을 들으니 또 다른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착한 몸매’, ‘착한 가격’, ‘착한 식당’ 등 너도나도 앞 다투어 ‘착한’이란 형용사를 붙이는 요즘이지만 ‘착한 마음과 행동’이라니...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단어이지 않은가.

 

△ ‘많은 돈’ 보다 ‘착한 일’

 

비영리단체 ‘착한 동네’의 나눔 활동은 2013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 ‘미리내 가게’ 군산 1호점이기도 한 이 가게의 입구에는 이런저런 메시지들이 적힌 기부 카드들이 게시되어 있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 기부금이 좋은 곳에 쓰였으면 하는 착한 마음들이 가득하다. 한 번만 크게 결심하면 매달 어디론가 자동이체되는 기부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한번 카드를 쓸 때마다 이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확인한 후 내는 기부이기에 그 만큼 진심을 담게 되는 것.

 

미리내 운동은 100여 년 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의 국내버전이다. 커피나 음식 등 주로 미리내 가게의 물품들을 미리 지불된 기부금으로 결재하여 필요한 이웃들에게 제공하는 형태인데, 착한 동네에서는 다소 특별한 기부를 받는다. 이름하여 ‘착한일 미리내’.

 

“착한일 미리내는 자신의 생업과 재능, 기술 등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 나누는 ‘생활 기부’입니다. 어차피 하는 일, 한 번 더 착한 일한다고 마음먹으면 우리 동네가 좀 더 착한동네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착한 동네’ 만들기

 

최근엔 ‘나눔’이라는 단어가 주로 ‘기부’나 ‘복지’의 차원에서 행해질 때가 많지만, 원래 우리의 옛 ‘동네’에는 품앗이 등과 같은 자연스러운 ‘나눔’들이 언제나 함께 했었다. ‘우리 동네’라는 단어가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그 지역에 함께 모여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우리의 삶 자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동체적 삶을 살고 있는 동네를 찾기 어려운 요즘, ‘착한 동네’가 자리 잡은 군산시 지곡동 역시 이웃 간의 왕래가 드문 원룸촌이다.

 

“제가 지칭하는 ‘동네’는 행정구역상의 공간을 넘어서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가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정서적 공간과 환경을 뜻합니다. 실제 ‘착한 동네’와 함께 하는 이웃은 지곡동이 아닌 군산 전 지역에 흩어져 있죠. 하지만 이 곳이 저희 가족이 살고 있는 터전이기에 이 동네의 착한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착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착한 동네’가 하는 일은 참으로 다양하다.

 

천연화장품 만들기, 우쿠렐레, 역사날밤새기, 청소년 자아인식토크, 패션쥬얼리 디자인 등 ‘배워서 남주자’는 취지로 이어지는 재능기부 나눔강좌들, 한부모 가정, 독거노인에게 제공되는 효도 세탁, 병원 동행, 방문 인사, 반찬나눔 봉사 등의 봉사활동,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는 ‘작아(작고 아름다운)음악회’ 및 마을 문화공연 등이 이 곳의 이웃에 인해 행해지고 있다.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사람은 주로 사회 취약계층이거나 어른의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이지만 기부에 참여한 많은 사람은 착할 일을 ‘적절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으니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가 수혜자인 셈이다.

 

△힘들 때마다 더욱 소중한 사람들

▲ ‘착한 동네’ 박훈서 대표.

착한 동네의 박 대표는 가게 뒤편에 있는 행복한 교회의 담임목사기도 하다. 목사 이전에 바른 삶을 살아야한다는 박 대표는 ‘착한 동네’와 교회, 그리고 가정을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구분되어진 일에 공통적으로 동참하는 사람은 그의 가족이다.

박 대표와 정영미 씨(43) 사이에는 2명의 자녀가 있다. 박 대표는 건축 사기에 도난 사건까지 겹쳤을 때는 가족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 곳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을 생각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저야 대표이니 눈에 띄지만, 사실 아내가 없었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나눔을 위한 반찬을 정성껏 준비하고 우리 가족의 생계 중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지요. 이러한 부모의 모습을 이해해 주는 아이들에게도 항상 고맙습니다.”

 

△미래 세대에 대한 응원

 

박 대표는 ‘꿈’을 직업명으로만 인식하는 어른으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이 ‘삶’에 대해 꿈을 꿀 기회를 잃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부모를 비롯한 동네 어른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해요. 가정환경이 열악하다고 이러한 응원을 받지 못해서는 안 됩니다. 그 자리를 다른 이웃이 채워줘야 하지요. 도움의 손길은 작을 수 있지만, 자신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 주었던 이웃을 기억한다면, 그 긍정적인 영향은 지속될 것입니다.”

 

나아가 청소년들이 직접 운영하며 나눔을 기획하고 경험할 수 있는 ‘청소년을 위한 카페’도 열 계획이다.

 

인터뷰 중에 7살 아이와 아빠가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1만 원을 내며, 거스름돈은 “미리내 해 주세요”하고 밝은 미소로 인사하고 나간다.

 

“이것이 기적이죠. 착한 동네 만들기는 저 혼자의 꿈이 아닌 이웃이 공유하는 꿈입니다. 이 꿈은 실천이 있을 때만 이뤄질 수 있지요. 이 ‘꿈’이 꿈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송미애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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