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 사업·공동육아 접목해 / 부모들 나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 주민들도 후원, 행복한 공동체 쑥쑥
‘교육열’이 높다고 소문난 한국의 부모들. 좀 더 나은 학군을 찾기 위해 열을 내는 부모들도 있고, 좀 더 나은 선생님과 학원을 찾느라 애 쓰는 부모들도 있다. 사회 구조상 어쩔 수 없다며 학교 성적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고민하는 여느 부모들과 달리 엉뚱하게도 교육을 위해 ‘마을 만들기’에 열을 내는 부모들이 있다.
지난 1994년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공동육아를 위해 시작하여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도시형 공동체가 된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마을’이 그러하다. 이들은 ‘마을이 학교고, 학교가 마을이다’라는 모토로 교육에 이어 주거, 생활, 문화에 까지 점차 공동체를 확장해 가고 있다.
협동조합형 어린이집 운영을 필두로 지난 2004년 12년제 대안학교(성미산 학교)를 설립하기까지 약 10년. 또 다른 의미의 명문학교로 자리 잡은 국내의 몇몇 대안학교들이 있지만 대안학교 설립과 운영은 결코 만만할 리가 없다. 더욱이 그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 뿌리내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의 부모들이 마음을 합쳐 이러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간다면 어떨까? 학교의 교사들과 마을 주민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환영하고 이 아이들로 인해 시골의 마을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면?
군산의 주봉 망해산과 금강이 둘러싸고 있는 국제적인 철새도래지역 나포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군산시 나포의 교육공동체 ‘도서관 아래’이다.
△지역과 함께하는 육아= 교육공동체 ‘도서관 아래’의 주 활동 공간은 그야말로 나포작은도서관의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 경로당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빈 공간이 2015년 군산시 지역공동체 활성화사업과 만나 공동육아를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공간을 가꾸고 방과 후와 방학 기간의 아이들을 이 곳으로 불러 모았다.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생활도구 마술교육’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이 곳의 진정한 힘은 부모들의 노력과 능력으로 많은 부분들이 채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학원이 전혀 없다는 나포. 학생들은 나포 서당에서 동네 아줌마 아저씨와 함께 공부도 하고, 모여 앉아 바느질을 하기도 하며, 때때로 어린이 문화 해설사가 되어 나포를 직접 조사하고 발표도 한다. 지난 겨울 출범한 나포 FC 축구단은 여러 지역 행사에서 맹활약 중이며, 세시절기에 따라 삼월 삼짓날이면 화전을 만들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쥐불놀이를 즐긴다.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색채로 직접 채워가는 벽화그림들도 예사롭지가 않다.
부모들이 힘들어한다는 방학도 협동이 있기에 이들에겐 더욱 즐겁다. 방학 동안에는 몇몇 부모들이 ‘공동밥상’을 준비하여 집에서 혼자 밥을 먹었어야 할 아이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니 서로 감사한 마음에 또 한판 부모들 파티가 열린다. 군산시 관광진흥과가 주최하고 동네 교회와 학부모회가 후원하는 여름 생태캠프 때는 군산지역의 로컬푸드로 정성껏 준비된 먹거리로 식사를 함께 하며, 나포의 흙과 자연환경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며 의미 있는 놀이시간을 보내었다.
△아빠가 나선다= 교육은 엄마에게 맡겨지는 보통의 분위기와 달리 이 곳에서는 아빠들의 활동 모습들이 두드러진다. 어느 모임의 장소든지 아빠들이 함께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익숙하다. 나포초등학교 도서관에는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도 있다고 한다. 그 중 독자적인 라디오 채널도 갖고 있는 아빠 세 명, ‘3빠’는 예쁜 동네 까페를 운영하며 휴식의 공간과 좋은 음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는 마을 음악 동아리의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의 이러한 모습은 자신의 시간 중 일부를 때내어 자식에게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모습이다. 부모들 역시 ‘함께 사는 것’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어쩌면 이들은 차차 준비를 해 온 진정 교육열 높은 부모들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현대인의 삶에서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이 되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는 속담이 있듯 함께 해야 할 일을 부모가 다 하려니 힘이 들고 벅찰 수밖에 없다.
이 곳 나포에서는 학부모들뿐만이 아니라, 동네 친구들, 학교 선생님들, 마을 도서관, 마을 교회,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부모가 좀 바빠도 아이들은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핸드폰을 사주어도 집에 두고 동네에서 놀고 있으니 핸드폰이 필요가 없어 해지했다는 부모들의 에피소드는 딴 세상 얘기 같으니 그저 부럽기만 하다.
△협동으로 키우는 아이들= 서로가 노력했기에 어렵게 형성된 ‘믿음’의 힘은 모두에게 그 대가를 충분히 돌려준다. 협동의 삶을 누려본 나포 교육공동체의 사람들은 이 행복을 좀 더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누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변화도 ‘사람’이 없으면 결국 힘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잦은 정책 변화는 작은 학교와 마을에게 큰 타격을 주기도 한다. ‘함께’라는 가치가 소중히 여겨지는 사회, 나포와 같은 작은 학교와 마을들이 외부의 도움 없이도 우뚝 설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꿈꾸며, 아이들이 좋아하고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나포의 영향이 나포를 넘어 군산, 전북지역에 녹아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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