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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소통] 자연공원 삭도 설치 논란

전국 곳곳서 또 케이블카 바람, 경제·환경 '공방'

▲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진안녹색평화연대·정의당 전북도당 등 10개 단체 회원들이 지난 9월 10일 진안군청 앞에서 ‘마이산 케이블카 추진 타당성 용역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환경단체는 케이블카 건립 예정지가 전 국토의 1%도 안되는 절대보전지역이고,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산양의 서식지이며 상부 정류장 부지도 보전가치가 높은 아고산 식생지라는 점을 들어 케이블카 설치를 묵인한 환경부를 규탄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자연공원 보존의 마지노선이다. 오색케이블카 사업 승인이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국 자연공원(국립, 도립, 군립공원) 16곳, 일반지역 16곳 등 총 32곳에서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남원시는 지난 2012년 열린 국립공원위원회 삭도(케이블카) 심의에서 환경성, 공익성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부결된 반선에서 반야봉 노선 대신 운봉 허브밸리에서 바래봉 노선을 들고 나왔다. 진안군은 1997년에 수립된 마이산 공원관리기본계획을 근거로 마이산 케이블카 건설의 불을 지폈다. 모두 친환경 케이블카 건설로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케이블카는 자연환경과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관광객 유인 효과도 떨어져 경제성도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에서는 자칫 빚더미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이득과 환경보전이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케이블카 사업 모두 ‘통영’이 될 수는 없다= 지자체와 주민들은 케이블카가 침체된 지역경제의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관광용 케이블카 시설 20곳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서울 남산과 경남 통영, 강원 설악산 등 3곳에 불과하다. 전국 케이블카의 85%가 적자를 내고 있다.

 

2012년 9월 운행을 시작한 밀양 케이블카(사업비 250억원)는 매년 2억~5억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황금알을 꿈꿨다가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격이다.

2013년 전라북도 도립공원 기본계획에 의하면 마이산의 10년간 평균 이용객수는 72만 명 선이다. 이에 반해 현재 케이블카를 운행 중인 내장산 국립공원의 이용객은 연간 190여만 명이다.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내장산개발(주)에 의하면 연간 이용객수는 14만 명 정도다. 이를 전체 이용객수로 비교 추산하면 마이산 케이블카 이용객은 연간 6만여 명에 그친다.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는 이용객이 31만명 수준인데도 적자를 내는 상황이다. 따라서 적자를 면하려면 이용객이 최소한 50만 명은 되어야 하는데, 현재 마이산 이용객 70만 명 수준에서 가능할 지 의문이다.

 

진안녹색평화연대 조헌철 사무국장은 “케이블카의 성공 모델로 통영을 드는데, 한려수도국립공원 이용객만 600만 명이고 탑승객이 연간 130만 명에 이르는 통영과 진안을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최초의 해상 케이블카라는 희소성이 있는 통영이 이익을 얻는다고 해서 마이산도 통영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진안군 재정자립도는 5.6%로 전국 244개 지자체 중 236위인 최하위권이다. 케이블카 건설비는 300억원으로 군 재정의 10분의 1이다.

 

흔히 케이블카가 관광객 유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케이블카는 단지 자연을 더욱 쉽게 조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통수단에 불과하다.

 

지난해 남원시는 2008년 지리산 둘레길 개통 이후 5년간 이용객수는 모두 180만명이며, 이중 63%가 재방문했다고 밝혔다. 무엇이 둘레길 도보꾼들을 다시 지리산으로 불렀을까? 바로 빠르게 경관을 훑어보는 것이 아닌 느리게 걷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태관광협회 김경원 정책실장은 “그 지역의 교통수단으로 이동하고, 특산품을 사고 그 지역의 음식을 먹고 그 지역에 묵는 것이 지역민들에게도 훨씬 이익이다” 고 말했다.

 

△친환경 케이블카는 없다= 케이블카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들이 편리하게 공원 정상부를 볼 수 있고, 등산로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철탑을 세워야하고 나무를 베어야한다. 또 케이블카가 쏟아내는 탐방객들은 산 정상부 훼손을 증가시킨다.

 

덕유산의 경우 곤돌라가 있는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20분 남짓이면 올라가 등산로 이용 스트레스 지수가 1위다. 늘어나는 등산객들로 향적봉의 아고산지대가 초토화 되었다. 내장산 국립공원은 주변이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유원지가 되었다. 케이블카 종점부에서 걸어내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북방한계선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단절되었다. 설악산은 권금성일대가 풀도 나무도 자라지 않는 땅이 되었다.

 

우리는 자역경관과 생태계를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한번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는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케이블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몇몇 성공사례만을 가지고 품는 막연한 희망에 불과하다. 자치단체와 전문가, 민간단체, 지역주민들이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근거들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 [산악관광진흥구역 제도] 대기업 특혜 도마위 산지개발 규제 완화

 

지난 7월 9일 정부는 체험형 관광을 선호하는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산악관광진흥구역’제도를 도입해 산 정상이나 절벽 위에 스키장, 골프장, 호텔 등을 지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9월 4일에는 ‘산악관광진흥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산악관광진흥구역에 지정될 경우 관련 법률에 의한 행위제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특례를 주고, 조세·부담금을 감면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보전가치가 높아 개발이 불가능했던 산림지역을 훼손할 수 있는 조항들이 포함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산악관광진흥구역에 지정·고시될 경우 기존 산림관리·보존지역에 대한 법률의 행위제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존국유림(생태계 보전·상수원 보호를 위해 보존할 필요가 있는 국유림), 산지관리법이 정한 보전산지, 농지법상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법상의 보호지역, 군사기지·시설 보호법에 따른 보호구역 등에서도 개발이 가능해진다.

 

또한 환지개발 방식을 허용하고 있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 정부의 입법안은 대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는 산지 민영화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지자체들이 앞다퉈 산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것은 관광객들을 산 정상의 관광휴양시설로 안내하는 길을 닦는 것”이라며 “자칫 지역주민들의 호주머니가 아닌 대기업들의 호주머니만 두둑해 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한은주 전북환경운동연합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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