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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국정교과서 채택 논란, 용납해선 안돼

무조건 반일만 외친다고 일본과의 갈등 해결 안돼 / 친일 잔재 척결부터 출발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국가가 직접 편찬해 저작권이 국가에 있는 교과서를 ‘국정교과서’, 민간출판사가 국가의 검정·심사를 통과한 뒤 발행한 교과서를 ‘검인정 교과서’라 한다.

 

우리나라 현행 역사교과서는 ‘검인정 교과서’ 체제이다. 처음 근대교과서가 발행된 이후 검인정제도가 줄곧 유지됐다.

 

그러나 1972년 10월 박정희 유신체제가 들어서고 이듬해인 1973년 국정체제로 바뀌어 1974년 2월부터 교과서가 배포됐다.

 

국정교과서 폐해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민주주의 척도의 상징처럼 되어 결국 2007년 다시 검인정체제로 바뀌었다. 교과서 명칭도 ‘국사’에서 ‘한국사’로 바뀌었다.

 

최근 국정교과서 논란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에 충분하다. 필자는 10월 유신 치하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국민교육헌장을 낭송하고 유신의 의미를 되새기며 ‘위대한 영도자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때는 나라가 망하는 줄 알고 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열을 지어 눈물을 흘리며 조문을 했다.

 

이전 육영수 여사의 죽음 때도 마찬가지였다. 새마을운동의 위대함에 대해 학습하고 미군정과 이승만 치하의 수많은 양민학살은 알 수 없었고 이승만 단독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 교육은 말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의문이 많았다. 왜 3·1운동 33인 지도자 중에는 끝까지 독립투쟁을 지속한 사람이 거의 없을까? 왜 변절했을까?

 

교과서를 보면 기나긴 일제 강점기에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열사와 김구 선생님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독립투사 하나 없이 친일파들로 득실댔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가 중에 친일파 아닌 자를 찾기 어려웠고 시인은 다 어디가고 서정주의 글이나 읊조려야 할까?

 

수많은 민초들의 저항과 투쟁, 죽음은 묘사되지 않고 만세 한번 외치고는 제 발로 경찰서에 자수하고 이후 대부분 변절한 자들이 민족 지도자로 부각되어 있을까? 숱한 의문 속에 습득된 10월 유신 치하에서 십 여 년 배운 지식은 대학에 들어가 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한마디로 헛되고 왜곡된 교육 그 자체였다. 불행하게도 어떤 선생님도 진실을 가르치지 않았다. 존경하는 스승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지역 신문을 읽다보면 일부 연구자나 교수들이 나서서 ‘서정주와 채만식’의 기념행사와 기념 주간을 진행하며 부활을 외치고 있다.

 

기념관 유지에 유감스럽게도 거액의 시민의 혈세가 쓰이고 있다. 이들이 토론한 내용들을 보면 가관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친일 안 한 사람 있나? 공장 노동자도 농민도 군수물자 대고 식량을 제공하며 다 친일하지 않았나? 문학은 문학이고 정치는 정치이다. 친일활동과 작품은 분리해야 한다. 서정주 만큼 위대한 시인이 있었던가? 등을 외치며 세미나를 열고 새로운 붐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하기야 민족정기를 내세운 기관의 현판이 친일파의 글씨요 그림은 친일파의 그림이었고 논개 사당의 영정도 친일파의 그림이었다. 독립 기념관 작품도 친일 논란을 겪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 이토록 반민족행위자들이 대접 받는 나라가 있을까? 친일파의 처단은 영화 ‘암살’에서나 가능한 꿈같은 이야기이다. 거꾸로 친일파들이 독립투사들과 그 후손들을 단죄했다. 더 이상 용납해서는 나라가 나라일 수 없다.

 

국정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과 더불어 지역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친일 잔재들을 척결하는 범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의 정신세계를 무장해제 당할 수 없다.

 

일본을 극복하는 것은 반일만 외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제의 잔재와 부당함을 제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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