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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탄생 100주년, 문학적 자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⑩ 젊은 문학도들, 미당을 말하다

"문학적 성과는 인정, 친일·독재 옹호는 마땅히 비판 받아야 "

▲ 1994년 12월 2일 미당이 팔순 기념식장에서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미당이다.
“미당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우리는 미당 서정주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문학도들이 답하기엔 부담스러운 질문이다. 이들에게 미당은 범접할 수 없는 선배문인이자, 문학계의 조상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이들은 문학계 내부의 권력관계에 매어있지 않은 자유로운 존재다. 미당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들보다 미당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다. 시 창작동아리와 소설 창작동아리 회장을 맡아 열성적으로 활동하며 전업 작가의 꿈을 키워가는 임가람씨(21·전북대 국어국문학과 2), 문학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고 싶다는 백재열씨(25·원광대 문예창작학과 4), 학부에 이어 대학원에서 창작열을 불태우는 임주아씨(27·우석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생)가 그 주인공들이다.

 

△미당의 정치적 과오 ‘뜨거운 감자’= “5·18 민주화 항쟁당시 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부모님께 들었습니다. 전두환에 대해 ‘단군 이래 가장 아름다운 미소’라고 칭송한 서정주라는 인간자체를 옹호하기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정주의 시를 좋아한다는 백재열 씨가 한 말이다. 미당의 친일과 독재행각은 문학도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다.

 

임가람씨와 백씨는 미당을 부정적으로 보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임씨는 “미당의 친일 행각을 용서할 수 없다는 친구들도 상당수다”며 “이들은 ‘친일을 했는데 문학적 성과가 다 무슨 소용이냐’는 식으로 강하게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백씨도 “학우들은 독재옹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며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고 말했다.

 

임씨와 백씨도 미당의 정치적 과오에 대해서는 비판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씨는 “역사의식을 갖고 현실에 참여했어야 했는데, 자신만을 너무 사랑하고 아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주아 씨 역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외압이 강했던 독재정권 시대인만큼 서정주 시인이라는 거장이 다른 태도를 보여주었다면 더 감동이었을 것”이라며 “남은 사람들의 실망감과 배신감, 훗날 미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미당의 문학적 성과는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그가 주옥같은 언어를 활용해 만들어낸 시들은 결코 버릴 수 없는 명작이기 때문이다.

 

△문학도들이 바라본 미당의 시= 세 명의 젊은 문학도들은 미당의 시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시의 경향과 많이 다르지만 시대가 흘러도 계속 읽게 되는 고전과 같은 존재여서다. 이들은 미당 시에 녹아있는 세계관과 미학성, 문장력 등을 높게 평가했다.

 

임가람 씨는 “미당은 68년 동안 창작활동을 하면서 1000편이 넘는 시를 남겼기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를 시기별로 나누어서 분석할 수 있다”며 “미당시의 변화상을 엿보고 철학적 사고와 연관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문학적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임씨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문학동아리에서 부원들과 함께 시와 철학을 융합해서 사고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씨는 “ ‘국화옆에서’나 ‘자화상’과 같은 작품들은 모국어의 위대한 성취다” 며 “미학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시 자체만 놓고 보면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 때 미당의 시를 고전처럼 참고했다는 임주아 씨는 “재학시절 습작 할 때 서정주 시인의 시를 적극적으로 읽지는 않았다” 며 “개인적으로 현재 살아있는 시인의 시집이 ‘밥’이라면 옛 시인의 시집은 ‘영양제’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읽은 시들은 서정적이고 간결한 문체가 매력적이었다” 며 “특히 진솔한 자기성찰이 담긴 시들이 좋았다” 고 말했다.

 

△ ‘인간’ 서정주에 대한 시선= 이들은 모두 미당의 문학적 성과는 인정하고, 친일과 독재옹호에 대해서는 반면교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가람 씨는 “개인적으로는 미당이라는 작가가 불쌍한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미당은 일제시기와 독재정권 시기 ‘절대권력’의 외압 속에서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썩히기 아까워서 그러한 선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어 “일제와 군부독재를 찬양하기 위해 썼던 시는 문학적 가치를 획득하지 못한 작품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임 씨는 “한 인간의 문학적 가치와 삶은 떨어져서 볼 수 없고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당의 걸출한 문학적 업적과 정치적 과오를 동등한 위치에 놓고 비교·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인간을 용서할 순 없지만 서정주가 구축해온 문학세계는 문학도들이 참고할 만한 것들이 많다” 며 “사람이 나쁘다 해서 그 사람의 예술적 세계를 버리면 우리 같은 문학도들에겐 손해다”고 말했다.

 

임주아 씨는 “시인이 가진 문학성이나 현실인식이 동일해야 ‘진짜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면서도 “정치적 관점만으로 ‘미당의 문학성을 배제하느냐 안하냐’를 논하는 것보다 정치적 과오와 문학적 성과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

 

● 김우종 문학평론가 "미당 문학 재검증 필요"

 

“미당의 시 ‘국화옆에서’는 일본 천황을 찬미한 것입니다“

 

김우종 문학평론가(86)는 미당 서정주와 그의 문학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당이 다른 친일문학인과 달리 해방 후에도 친일행각을 계속 벌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1947년에 지어진 ‘국화옆에서’를 들었다. 김 평론가는 이 문제로 지난 2012년에도 ‘전북문인 대동제’에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던 적도 있다.

 

김 평론가는 국화옆에서를 각 연마다 분석하여 친일시라는 것을 규명한다. 일례로 시에 나온 ‘국화꽃’과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은 일본 전황 히로히토다. 서서 거울을 보는 행위는 일본 왕실의 조상신이 하는 행위와 동일하고, 당시 한국여인이 앉아서 거울을 보던 모습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노오란 꽃잎’ 도 일본 황실 문장인 국화의 색깔과 동일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는 “국정교과서에는 1990년 즈음 내 주장으로 삭제됐다”고 말했다.

 

김우종 평론가는 또 이승만 시대의 문단권력이 현재 문학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동리, 서정주, 조연현 등의 청년문학가협회는 이승만의 정치활동을 지원한 덕분에 문단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며 “이들은 가장 많은 신인을 배출시켜 세력을 확장시켰고, 이로 인해 친일문학은 문학사 기술에서 빠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극의 역사를 청산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에 엄청난 과오를 저지른 사람을 찬양한다면 우리 문학의 정신은 훼손되고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우종 문학평론가는 1967년부터 1995년까지 경희대, 덕성여대 교수를 역임했다. 김 평론가는 1974년 경희대 교수 재직시절 유신정권에 의해 조작된 문인간첩단사건 공모자로 체포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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