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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공감] 정읍 '수제천 보존회'

어르신부터 학생까지, 순수동호인 예술단체 / 쉽지 않은 곡, 열정 하나로 뭉쳐 매년 연주회 / 내년 창립 20주년 세계음악단체 초청 계획도

▲ 아악의 백미라 불리는‘수제천’. 전문 연주인들이 아닌 순수 동호인들로 구성된 정읍‘수제천 보존회’ 회원들이 내달 26일 제4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세월만큼이나 웅장하고 아름다운 곡= 정읍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많다. 갑오동학농민혁명, 내장산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여인의 고결함을 느끼게 하는 ‘정읍사’가 아닐까 한다. 수제천을 검색해보면 가장 오래된 정악곡 중의 하나이자 백제가요가 고려까지 전해져 이어졌으며, 후에 무용 반주음악과 왕의 행차 등에 쓰인 음악이라고 소개돼있다.

 

특정한 작곡자 없이 역사의 흐름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서 시대적 문화와 함께 흘러온 우리음악의 특징처럼 수제천은 그 세월만큼이나 웅장하고 아름다운 곡이다. 오래된 곡인만큼 연주 또한 편하지 않다. 아악(정악)의 백미라 불리는 수제천을 전문 연주인들이 아닌 순수 동호인들이 연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리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우리의 전통 악기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들, 그것도 관악기에 김을 불어본 사람이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수제천은 어려운 곡이기도 하다.

 

관악기들의 소리가 끊길 듯이 끊기지 않으며, 이어지듯 연주 하는 연음형식의 합주는 듣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고 경건해지게 까지 하는 효과가 있는 음악형식의 곡이다. 장중하다고 표현되는 이 곡이 단계적인 학습과정과 연주과정을 거쳐도 어려운 곡을 순수 동호인들이 무대에 올린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큰일인 듯하다.

 

무대라는 곳이 공연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업의 터이자 다른 말로 전쟁터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가까이 있지만 올라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냥 한번 밟아 보기에 절대 허투를 수 없는 곳이 무대이기도 하다. 여기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관중들 앞에 서기 위해, 많은 예술가들은 밥 먹고 자는 일 이외에 오직 여기에 오를 준비만 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호인(아마추어)들에게 무대는 동경의 장소이자 미지의 장소가 아닐까 한다. 매년 정기연주회 등 크고 작은 연주회를 통해 무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매번 오르는 무대에도 전문가들도 긴장을 하는데 비전문가야 말로 오죽할까 한다.

 

△1996년 창단…처음엔 교육목적으로 활동= 1996년도에 창단한 수제천 보존회는 처음에 교육목적으로 정읍문화원에서 수제천 교실로 만들어졌으며, 초기에는 우석대 국악과 심인택 교수와 문정일 교수의 도움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육 기능에 충실해 진행해왔다고 한다. 현재는 총 5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 되었으며, 연주 참여 가능한 인원은 35명 정도라고 수제천보존회 이영자(75, 아쟁) 회장이 말한다.

 

그간 시간이 많이 흘러 수제천 보존회 회원에서 시작했던 학생들 중 2명이 국악과에 전공자로 입학하기도 했으며, 보존회의 주업무는 사무국장 박상주(44, 타악), 예술감독 이금섭(56, 피리·아쟁·작곡·지휘),단무장 박성경(54, 대금), 총무 김해영(41, 해금) 등이 주축이 되어 진행 한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국비 지원을 받아서 기본 악기들을 준비 했었는데 악기 역시 노후돼 현재는 해금, 대금, 피리는 개인악기로 회원들이 각자 준비하고 아쟁은 정읍시에서 보조해 연습과 연주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곡도 어려울뿐더러 이곡을 연주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을 축소하기 위해 각 파트별로 악기를 전공한 지도강사가 있다고는 하나 재능기부 수준이다. 보존회에 적극적인 활성화가 된 계기는 이금섭 예술감독이 2013년도 초부터 함께 하면서 음악의 전체 지도와 연주활동에 힘을 더 했다고 한다.

 

△정읍시·시의회 아낌없는 후원=2012년에 첫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매년 한번의 정기연주회와 크고 작은 연주회, 전국 각지에서의 초청 연주를 10여회 정도 한다고 이영자 회장은 말한다. 회원들은 익산, 광주, 부여 등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9시 까지 주 1회 연습을 하는데 천재지변이 있어도 연습은 진행 된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역사와 여러 학술적인 부분에서 너무도 잘 알려진 수제천보존회지만 운영은 회원들 각자의 회비 지출과 악기 구입 등 순수한 열정으로 진행해오다 정기연주회, 초청 공연 등의 성과와 안길만, 정병선 정읍시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현재 정읍시장과 정읍시의회 의장의 도움을 받아 보존회의 조례제정과 의상 악기지원 등 대폭적인 지원을 끌어내게 되었다고 한다.

 

△내달 26일 제 4회 정기연주회= 오는 11월 26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는 회원들은 연주는 둘째 치고 가만히 감상하기도 어려운 곡들을 연습하며, 일상에서 벗어난 평화로움을 맛보는 모습으로 연습에 임하고 었다. 창립 20주년이 되는 내년도 계획은 관립단체의 계획만큼이나 화려하다. 학술대회와 세계민족음악축제를 준비 중에 있는데, 일본 중국 인도 헝가리 프랑스 태국 등의 연주단체를 초청해 교류 음악회를 할 예정이다.

▲ 지난해 열린 빗가락 정읍(수제천)연주회에서 회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듣기만 해도 숨이 턱에 차지만 숱한 어려움에도 보존회를 지키며 진행 해오던 회원들의 힘이 이런 계획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긴다.

 

이영자 회장은 “나이가 제일 많아 모두 엄마처럼 생각하며, 잘 따라주고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모임 순간순간이 너무 즐겁고 기쁘다”고 말한다. 박상주 사무국장은 “젊게 살면서 만사에 솔선수범하고 유쾌하게 이끌어 주시는 회장님 덕에 모임 순간순간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 김정준 도립국악원 공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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