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김상현 씨, 시상식 사진 속 주인공 꿈 이뤄 / 소설-이덕래 씨, 독자에 위안주는 작품 써나갈 터 / 동화-이명준 씨, 딸에게 들려준 얘기 글로 완성 / 수필-손훈영 씨, 연륜 묻어난 글쓰기 '신춘 2관왕'
전화 벨이 울리자마자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춘문예’에 작품을 보낸 뒤 전화기를 붙들고 지냈다. 올해는 나에게도 기회가 올까. 신문사라는 첫 마디에 가슴이 뛰었다. 본보 2016 신춘문예에 당선한 김상현(시, 48·익산) 이덕래(소설, 42·경기도 성남) 이명준(동화, 59·경북 경산) 손훈영(수필, 55·대구)씨는 당선 소식을 접한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문학청년은 모두 418명(1037편). 40~50대 중장년층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내공이 깊은 작품이 많았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듯 시와 소설 동화 수필 등 4개 부문 당선자 모두 40~50대 였다. 청년시절 품었던 문학에의 꿈을 접어두고 생활인으로 살아오다 그 꿈을 다시 꺼내 다듬기 시작한지 얼마안돼 빛을 찾았다. 당선자들은 “문학을 계속 할 것인가”의 기로에서 그 답을 신춘문예에서 찾기로 하고 응모했다고 밝혔다.
점을 치는 사람에게 “글을 잘 쓸 것인가”를 종종 물었다는 김상현씨는 불혹이 지나 창작에 뛰어들었다. 혼자 헤매다가는 답을 못찾겠다는 생각에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본격적인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책상 앞에 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사진을 붙여놓고, 사진속 주인공이 되어보겠다며 벼른지 2년 여 만에 덜컥 꿈을 이뤘다. 지난해 무엇인가에 홀린 듯도 했다. 여름방학동안 시와 동시 등을 80여편 넘게 썼다. 김유정신인문학상과 근로자문화예술제 대상을 잇따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청년으로서 ‘신춘문예’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였다. 수상소식을 듣고 울고 웃다를 반복했다. 끝까지 갈 수 있는 큰 힘을 얻었다.
이덕래씨도 본격적인 습작 기간은 짧다. 대학에서 시 창작동아리활동을 했지만 전공(전기전자공학)을 쫓아 직장에 들어갔다. 다시 연필을 잡은 것은 3년 여 전.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소설창작과정을 들으며 처음으로 공부를 했다. 지난해 초 직장을 옮기기 위해 퇴직한 후 가족들에게 1년의 시간을 받았다. 그리고 글쓰기에 집중했다. 신춘문예 도전은 두번째지만 기대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재미있다고 해줬지만 응원이라고 생각했다. 기쁘지만 아직도 당선됐다는 것이 어리둥절하다. 당분간은 행복한 기운에 빠져있고 싶다.
상대적으로 여러차례 신춘문예에 도전한 이명준씨는 최종심사에 4번이나 올랐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열망때문에 이번에도 도전했지만 기대는 크지 않았다. 문예지( <수필과 비평> )와 문학상(제39회 창주문학상) 수상 이력은 있지만 신춘문예가 문학청년들에게 주는 감동은 남다르다. 그래서 12월마다 신춘열병을 앓았다. 그런데 고맙게도 연락이 왔다. 이순(耳順)을 앞두고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다. 동화는 지금은 성년이 된 세 딸에게 들려줄 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대구교육대 평생교육원 동화교실을 다니며 공부를 해, 습작품이 제법 쌓였다. 당선 소식을 접하며 동화집을 내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수필과>
손훈영씨에게도 당선소식은 ‘문학 자격증’과 같았다. 혼자서 읽고 쓰기를 반복하다가 남에게 글을 내보이기 시작한 것은 5년 여 전. 도서관 수필창작반에서 문우들과 글 공부를 했다. 그동안 마음에 쌓아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글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주류 수필보다는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해서 불편하고 무거웠다.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대로 써도 될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진 시점에 신춘문예에 답을 구했다. 5곳에 질문을 보냈는데, 2곳에서 답을 주었다. 전북일보와 매일신문에서 내공을 알아봤다.
새로운 동력을 얻은 당선자들은 이제 본격적인 글쓰기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한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작정이다. 이명준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따뜻한 동화를 만들어갈 계획이고, 손훈영씨도 고통이나 죽음 앞에서도 빛을 찾아가는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격조높은 글을 쓸 작정이다. 김상현씨는 슬픔을 위로하는 작가가 되는 것이 새로운 꿈이며, 이덕래씨도 아픔을 어루만지며 위안을 줄 수 있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쓰고 또 쓸 것이다.
한편 본보 ‘2016 신춘문예’ 시상식은 14일 오후 3시 본사 7층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