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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죽이기 위해 왕을 그려야 한다

서철원 장편소설 〈왕의 초상〉 출간

여말선초, 공안정국에 저항하는 고려유민들이 목숨을 잃던 시기, 태종 이방원의 신임을 받던 도화서 화원 명현서도 반역자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 아비가 살육되는 광경을 목격한 딸 명무는 아버지의 스승과 몸을 피하며 복수를 꿈꾸고, 그 수단으로 예술을 택한다.

 

소설가이자 전북대 대학원 국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서철원 씨가 펴낸 <왕의 초상> (다산책방)은 태종 암살을 위해 ‘어진화사(御眞畵師)’가 되려는 고려 여인 명무의 운명을 풀어낸다. <왕의 초상> 은 2013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으로 꼽히며 ‘작가의 주제의식과 시점의 참신함으로 정형적인 사극을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왕이라 함은, 오래전 제 아비에게 능지를 내린 주모입니다. 제 삶의 항해는 이것을 갚기 위해 처절한 것이 아니라, 이것의 윤곽을 풀고 생의 정직을 찾는 것입니다. 붓을 지향하고 칼을 쥘 때 제 삶도 분명해질 것입니다.” (57쪽)

 

고려유민을 죽여야 국가 개창의 대의명분을 얻을 수 있는 조선의 왕 태종. 그리고 그런 태종을 죽이기 위해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왕을 이해하고, 붓으로 그려내는 어진화사가 돼야 하는 명무.

 

둘의 어긋난 삶은 마치 칼과 붓처럼 서로 다른 길을 향하는 듯 하지만 때론 교차하며 애틋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실존하지 않는 태종어진을 소재로 삼았음에도 작가의 탄탄한 고증이 어진 제작 과정과 경연장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

 

소설가 이인화(이화여대 교수) 씨는 “ <왕의 초상> 은 음모와 여인의 운명이 엇갈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형성한다”며 “철저한 고증과 치밀한 묘사,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가 역사 스릴러의 재미를 제대로 빚어냈다”고 평했다.

 

지난해부터 전업작가로서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서 작가는 <그들만의 전설> , <호모 아나키스트> , <빙어> , <겨울, 1975> , <칼새> , <고놈, 산갈치> , <여우비> , <가야무사 : 운봉고원의 칼> , <장헌(莊獻)> 등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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