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배달원·세입자들 벽에 적어…반드시 지워야
“어느 날 출입문 옆을 봤더니 비밀번호가 적혀 있더라고요…”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씨(42)는 퇴근길에 출입문 옆 벽면에 누군가 적어놓은 비밀번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통합 출입문을 사용하는 다세대 주택의 외부에 비밀번호가 공공연히 노출돼 있다. 세입자들이 편의를 위해 스스로 적어놓거나, 공인중개업자나 자장면과 치킨·피자 같은 일부 배달음식 배달원들이 낸 자구책이다.
최근 인사혁신처에 침입해 7급 공무원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20대 공무원 준비생이 정부청사 출입문 옆 벽에 적힌 비밀번호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반 다세대 주택 역시 외부에 노출돼 있는 비밀번호를 통한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본보가 전주시 효자동 3가 원룸가를 확인한 결과, 일대 원룸 상당수에서 1층 출입문 옆 벽면에 비밀번호(숫자)가 적혀있었다.
신축 건물들이 거미줄처럼 포진해 있는 이 일대는 대부분 잠금장치(도어락)가 탑재된 통합 출입문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건물은 많은데도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적절한 위치에 충분히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입문 옆 비밀번호를 활용한 절도 범죄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문제는 일부 세입자들이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출입문 옆에 비밀번호를 직접 기재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과 방범 전문가들은 건물 외벽에 출입문 비밀번호를 기재하는 이유에 대해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 스스로의 편의는 물론 공인중개업자가 예비 세입자에게 집 내부를 보여줄 때 등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건물 관계자가 직접 출입문 인근에 비밀번호를 적어 놓는 경우가 주를 이루지만, 일부는 자장면과 치킨·피자 등 배달음식업소 배달원들이 추후 배달 편의를 위해 비밀번호를 적어 놓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 본 한 다세대 주택에서는 출입문 옆에 비밀번호를 적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낙서금지’ 경고문이 걸린 웃지 못할 광경도 나타났다.
경찰과 방범 전문가들은 통합 출입문 옆에 적힌 비밀번호는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하고 제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다세대 주택 거주자 김모씨(42)는 “어느날 출입문 옆을 봤더니 비밀번호가 적혀 있더라”면서 “세입자들이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다 보니 배달원들이 편의를 위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대개 다세대 주택은 10~13개 가정의 집합이다 보니 세입자가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 은연중에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계약 당시 세대주가 세입자를 대상으로 비밀번호 공유 금지 등을 교육시켜야 하며, 경찰도 범죄로 비화되지 않도록 지도활동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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