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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 말·고운 마음 가장 잘 표현한 시인" 〈미당 서정주 전집〉 자서전 출간에 부쳐

기념관 추가 건립 순항 기원 / 미당 작품 부활 계기 소망

▲ 미당 서정주 시인의 생전 모습.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시인을 일컬어 “신과 인간 사이의 존재자”라고 말한 바 있다. 시인은 신의 뜻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그것을 시로 만들어서 백성(인간)에게 전달해주는, 중간적 존재자라는 뜻이다. 신의 대행자(代行者)이거나 혹은 예언자적 반열에 시인을 올려놓은 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A.워렌과 L.월렉은 시인을 일컬어 “인스피레이션을 받은 자” “씌어진 者(자)” “만들어내는 힘이 있는 狂人(광인)”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마술사” 등으로 표현한 바도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말들은, 마치 미당 서정주의 시를 두고 한 말 같이만 생각된다. 미당 서정주의 시는 그야말로 ‘인스피레이션(nspiration, 영감)’을 받은 시요, 귀신 ‘씌어진’시요, ‘狂人’의 시요, 언어의 ‘마술사’로서의 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사실 원래 시인은 ‘무당’이었다. 상처받은 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가슴 아픈 자의 마음을 쓸어내려 주는, 그래서 인간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구원해 주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무당이다. 그리고 그것을 시로 말하는 사람이 바로 ‘시무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과 인간 사이의 영매자(靈媒者), 혹은 시인과 독자의 영혼을 이어주는 존재, 즉, 하이데거의 말처럼 “신과 인간 사이의 존재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단군할아버지적부터 우리 하늘에 살던 그 어떤 영묘한 시신(詩神)들이 미당시의 뜨락에만 사뿐사뿐 내려앉은 것 같은 언어의 마술사가 바로 미당이다. ‘겨레의 말을 가장 잘 구사한 시인’이요, ‘겨레의 고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시인’이 미당이다.

이 나라의 문학평론가들은 ‘시 쓰는 일에 있어 백년 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인물’(김재홍, 문학평론가)이라거나, ‘부족 방언의 요술사이자 시인부족의 족장’(유종호, 문학평론가)이라고도 했고, 또 어떤 평론가는, ‘인류역사상 모차르트 음악과 미당시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이남호 문학평론가)고 말한 바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생의 시를 읽는 것은, 겨레의 말과 마음을 아주 깊고 예민한 곳에서 만나는 일이 되며, 겨레의 소중한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이 된다’(윤재웅, 문학평론가)는 것이다.

 

최근 <미당 서정주 전집> (2016, 은행나무)이 미당기념사업회에 의해 출간되었다. 총 20권 중 우선 그의 자서전(6,7권)이 도톰하게 엮어져 나왔다. 그리고 때맞춰 이 고장 고창군에서는 현재의 미당시문학관(질마재소재) 옆에, 좀더 규모 있는 별도의 기념관을 마련하고 싶다는 전언(傳言)이 있어서, 매우 기쁘고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필자는 어느 문학강연에서, 미당을 “단군 이래의 시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왜냐하면 우리 한국인의 성정이 시를 좋아하는 민족이긴 하지만 고려나 신라 백제로 거슬러 올라가면, 속요나 향가 몇편 존재할 뿐이요, 조선시대에도 문인(文人)은 많았지만, ‘시인’으로 분화(分化)된 이름은 없었고, 그냥 문인이요 학자요 선비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시’라는 장르로 분화된 현대문학사의 최고의 시인이야말로 “단군 이래의 시인”이라는 논리로 문학강연에서 말한 것이다. 물론, 짤막한 논리로 해명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필자는 평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쪼록 미당을 추념하는 또 하나의 기념관이 잘 건립되어서, 미당(未堂)의 시가 좀더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송하선 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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