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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화장실 범죄 온상 우려

음식점 등 상당수 남녀 분리안돼 여성 불안감 / 전북지역 공원 공중화장실 90% 비상벨 설치안돼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도내 상당수 상가의 민간 화장실도 남녀 구분이 없어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밤 전주시 서신동 모 주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던 회사원 박모 씨(39)는 바로 옆칸에서 한 여성이 용변을 보며 전화통화를 하는 소리를 듣고 흠칫했다. 남녀 구분 없이 칸막이만 설치돼 있는 두 칸 짜리 화장실에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녀 구분 없는 화장실이 설치된 전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직장 회식을 한 회사원 김모 씨(27)는 “남녀 분리가 안된 음식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민망해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와 김씨의 사례처럼 정확한 집계는 안되지만 지어진지 오래된 도내 상당수 상가에는 남녀 분리가 안된 화장실 때문에 불쾌감을 주거나 받는 경우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이들 화장실은 불쾌감을 넘어 자칫 성범죄를 비롯해 다양한 범죄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4년 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공중화장실을 비롯 3000㎡ 이상의 민간소유 화장실은 남녀를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이전에 건립된 민간소유 화장실은 이 조항의 적용대상에서 빠져있다.

 

실제 공중화장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지난 2014년 7월 전주시 덕진동 술집 인근의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실외 화장실에서 강모 씨(35)가 바로 옆 칸막이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어 A씨(26)를 훔쳐본 혐의로 기소됐다.

 

남녀 분리없이 설치된 민간 화장실 이외에 공중 화장실의 취약한 방범시설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도내 공원 내 공중 화장실 10곳 중 9곳 가까이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25일 전북도 물환경관리과와 전북지방경찰청이 밝힌 ‘도내 공원 여자화장실 비상벨 설치현황’에 따르면 도내 공원 288개소 중 익산 영등시민공원과 김제 검산소 공원 등 총 37개소에만 여자화장실 내 비상벨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치된 비상벨은 경찰관서와의 연동기능이 없어 눌러도 경적만 울리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주지역의 경우 공원은 물론 체육시설과 시장, 관광지 등 공중 화장실 173곳 가운데 단 1개소도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2004년 이전 민간 화장실에 대한 남녀 분리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관리차원에서도 매우 곤혹스럽다”며 “공중 화장실의 비상벨 설치 확대 방안은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남녀 화장실 분리와 비상벨이 여성 대상 범죄를 막을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경찰의 강화된 순찰과 신속한 출동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상암 원광대 경찰행정학과장은 “남녀 화장실 분리와 비상벨 설치도 중요하지만, 강남역 사건의 경우 정신이상자가 저지른 범행인 점을 고려해 보다 더 실질적인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한편 지난 22일 심재철 국회의원(새누리당)은 2004년 이전 건물 화장실에 대해서도 남녀를 분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강남역 묻지마 살인 방지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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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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