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단명한다는 무녀의 예언이 무색하게 팔순을 바라보고 있는 시인은 ‘… 내 인생 마지막 페이지는/ 내 종명(終命)의 시점이 되겠지만/ 부끄럽더라도 그땐/ 내가 몸바쳐써온 원고 내용대로/ 공판 경매장의 비정한 평가에 내맡길 수밖에 없다// 어느날 내게 무소불위의 절대자가 나타나/ 혹 내게 예외로 특별히 내 삶에 어게인 플레이를 허용해준다해도/ 지금까지 내가 써온 삶의 원고보다/ 더 나은 원고가 된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지상의 시간’ 중)라고 고백했다.
시집은 그동안 시인이 발표한 시 가운데 마음에 와닿는 작품을 다시 꺼내 손글씨로 써 엮었다. 첫 시집 <나무와 기도> (1967), <환상집> (1972) <목숨의 잔> (1979) <무명의 시간 속으로> (1984) <입> (1989) <낯선 모습 그리기> (1992) <날쌘 봄을 목격하다> (1998) <고운 눈썹은> (2006) <지상의 시간> (2013) 등 9권의 시집에서 80여편을 추렸다. 지상의> 고운> 날쌘> 낯선> 입> 무명의> 목숨의> 환상집> 나무와>
시인은 “서툰 글씨일망정 심혈을 기울여 써 오는 동안 제법 마음의 평정과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처음에 몰랐던 사실을 우연한 경험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 일종의 체험담과 비슷한 경우”라고 밝혔다.
또 “육필시편은 아직까지 내안에 살아남아 오랜 세월 세상의 험한 풍랑속을 자맥질하며 나와 함께 내 운명을 살아낸 분신”이라며 “시인의 정체성인 서정적 자아”라고 털어놓았다.
시는 개인적 체험이 모티브로 작용한 리리시즘적 작품과 사회적 체험이 전제된 세태풍자 시, 생태학적 작품 등을 아우른다.
현재 중앙대 국문과 명예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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