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가 세운 사찰 '법화원' 신라인 안식처·무역 근거지 역할 / 기념관엔 업적 기록·유물 전시…교역 흔적 신라초 기념비도 눈길
‘석도(石島:산동성의 섬)에서 닭이 울면 군산 앞바다에서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과 가까운 중국. 한국과 중국은 역사·문화적으로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특히 해상로를 통한 무역·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최근 사드배치 문제로 한·중 간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양국의 오랜 관계를 보여주는 문화유적에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대외 교류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잠재우거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실크로드영상연구원(원장 전홍철)이 지난달 11일부터 18일까지 중국에 있는 한·중 교류 유적지와 기념시설을 답사했다. 특히 내년 한·중 수교 25주년을 앞두고 답사기를 영상으로 제작, 양국의 문화 교류를 활성화 할 계획이다.
이번 중국 탐방단은 중국 고대 항구 도시를 따라 장보고가 세운 사찰인 법화원과 장보고기념관, 고려인들이 무역을 위해 거주했던 고려방, 고려시대 무역선이 안치된 고선박물관 등 고대 한국인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중국 속 한·중 교류 유적 및 기념시설을 주요 시대별로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한국과 중국은 고대부터 해상로를 통한 무역과 함께 문화 교류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특히 통일신라와 당나라 시대 때 가장 왕성했다.
이 시대 해상교역 중심에는 장보고가 있었다. 당시 통일신라와 당나라, 일본 등 3국의 국제무역을 주도했던 그는 청해진을 건설해 해적을 소탕했고, 중국에 머무는 신라인을 위해 사찰을 세우기도 했다.
중국 산동성 영성시 석도항 인근 적산(赤山)에는 장보고가 824년에 세운 사찰 ‘적산 법화원’이 있다. 영성시 석도항(옛 적산포)은 당나라 시대 중요 무역항구 중 하나로 장보고의 해상무역 근거지였다. 사찰은 불교를 통해 거주 신라인들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해상무역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건립됐다.
현재의 법화원은 1988년 중건한 것이다. 845년 회창 법난(당 무종의 불교탄압)에 의해 훼멸된 후, 중국 정부가 일본 승려 엔닌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 기록을 토대로 중건했다. 입당구법순례행기>
법화원의 스님은 “장보고는 적산포(석도항)를 주요 거점으로 삼고 무역을 주도했다”며 “법화원은 신라인들의 정신적 안식처이자 무역인들의 연락망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법화원 안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장보고기념관이 나타난다. 적산기업이 2003년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 기념관 앞에는 높이 8m에 달하는 장보고 동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장보고는 동료 정년과 함께 당나라에 건너와 무령군에 입대, 반란을 진압해 소장(小將)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그 후에는 적산에 자리를 잡고 구당신라소(재당 신라인들을 관리하는 관청)에서 관리로 일하며 무역을 주도했다.
기념관에는 고서에 기록된 그의 업적과 이와 관련된 유물,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청해진이 있었던 전남 완도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장보고는 신라 무역인들이 해적에 의해 노예로 팔려가자 828년 신라 흥덕왕에게 건의, 청해진를 근거지로 삼아 해적을 소탕하고 국제적인 해상무역망을 구축했다.
전홍철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실크로드영상연구원장은 “신라인뿐만 아니라 무역상인들을 집결시키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상 무역을 장악한 장보고의 정신은 오늘날 국제적으로 존경받고 있다”며 “그의 정신과 당시 교류 정책을 이어 받아 동북아 시대 원만한 국제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신라 시대에 한·중 교류가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유적이 있다. 산동성에서 해안을 따라 올라가면 도달하는 절강성 주산시 보타산의 ‘신라초 기념비’다.
중국 북방에 전란이 잦자 무역해상로가 산동성에서 절강성으로 이동했고, 보타산 항로를 많은 신라 무역인들이 이용했다. 하지만 보타산 남쪽 연화양(蓮花洋)에 암초가 있어 많은 무역선들이 침몰됐고, 그 때부터 암초를 신라초(新羅礁)라고 부르게 됐다. 2003년, 한·중 교류 유적지가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보타산관리국과 한국 해상왕 장보고기념사업회가 고증을 통해 신라초 근처 육지에 기념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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