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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 어떻게 해야 하나?

▲ 강경환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장·건축공학박사
문화재는 선조들의 삶의 방식, 전통지식과 기술이 결합한 문화의 결정체이다. 그러나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다시 원상으로 복구할 수 없다. 문화재의 유·무형적 특성을 똑같이 복원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건축물과 기념물이 복원되었다. 찬란했던 옛 역사의 영광을 기억하기 위하여, 국가와 지역의 상징물을 다시 세워 정체성과 일체감을 높이기 위하여, 아니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일수 도 있다.

 

서구는 근대 이후 낭만주의 사조와 민족주의의 영향으로 고대 기념물과 성당의 복원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복원 방식에 대한 논쟁이 전개되고 이를 거치면서 과거의 흔적을 존중하여 과도한 복원을 지양하는 문화재 복원 원칙을 확립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타율적으로 서구적 수리복원 기법이 유입되었다. 유럽처럼 문화재 복원의 진정성에 관한 연구와 논쟁을 거치지 않고 해방 이후 재료와 형태의 원형 보존에 중점을 둔 수리복원이 시행되어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건축물의 배치와 건립에는 유교, 주례(周禮), 풍수와 같은 사상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물질보다 정신을 중시하는 전통 사상의 영향으로 재료의 보존보다는 해체와 조립을 통하여 건물의 기능을 유지하고 기술 전승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서구의 수리복원 기법이 도입되면서 우리의 전통적 보존 철학은 현대적 이론으로 체계화되지 못하고 서양의 이론과 괴리되면서 수리복원 공사 시 문화재 원형 훼손과 부실 복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통기술은 단절되거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문화재는 주변 환경과 유리되어 섬처럼 외로이 보호되는 사례도 늘어났다. 우리의 전통적 보존 철학은 그 중요성이 간과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재료와 형태의 진정성을 중시하는 문화재 복원의 국제원칙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목재나 흙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문화재에 서구의 복원이론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무시한 것이란 비판을 받게 된다. 일본의 이세신궁, 인디언의 흙집 같은 경우 비록 재료는 계속 교체되지만 건물을 짓는 전통기술은 면면히 계승되어 오고 있다. 문화재의 진정성은 물질적 요소 뿐 아니라 전통과 기술, 정신과 느낌 같은 무형적, 영(靈)적 요소도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해방 이후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화재를 수리하고 복원한 경험들을 되돌아보고 변화하는 국제기준을 반영하여 문화재 복원 원칙을 새롭게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서구의 복원 철학의 장점을 수용하면서도 우리의 전통적인 수리기술과 복원 방식의 적용 가능성도 유연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 복원 시 문화재에 내재되어 있는 무형적 가치, 문화재와 일체가 되어 진화해온 역사문화환경, 문화재와 함께해온 지역사회의 의미가 새롭게 부여되어야 한다. 문화재 복원은 단순히 건물의 외형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가 가지고 있던 정신과 느낌까지 되살려 내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전라감영의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전라감영의 복원이 단순히 감영이라는 건물의 외형적 복원이 아니라 전라감영이 가지고 있던 장소성과 무형적 가치까지 되살려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복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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