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나는 알파고가 승리하는 걸 꼼짝없이 지켜보며 열패감에 젖었다. 인공지능 의사에 이어 인공지능 시인이 탄생한다는 말에 인간의 영혼까지 뺏기는 것 같아 며칠 동안 무기력했다.
인공지능 태풍은 진즉부터 몰려와 있었다. 2016년 1월에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의 주된 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사물인터넷이나 3D프린터 드론 등은 직간접으로 우리 생활에 이미 파고들었고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화되었다. 이제 우리들의 일상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인공지능이 변화시킬 미래
첫째, 차를 살 필요가 없다. 최고의 콘텐츠를 장착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를 개인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하니 경유지와 목적지만 입력하면 된다(심지어 목적지가 자동차 내부일 수도 있다). 자동차가 최적의 길을 검색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신문을 읽고 커피를 마신다. 밥도 먹는다. 영화도 본다. 모든 것이 자동이고 자율이다. 커피숍이나 식당을 이용해도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다. 돈이나 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다. 컴퓨터를 이용한 모든 작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동차 안에서 은행 일도 볼 수 있다. 기업체에서는 자사의 콘텐츠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차를 거저 줄 것이다. 지금 핸드폰을 거저 주듯이 말이다. 기업은 광고수입으로 먹고산다. 앱(App)과 같다.
둘째, 집을 살 필요도 없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그 안에서 먹고 자고 작업하는 일을 다 할 수 있다. 컴퓨터만 있으면 서재도 필요 없고 전자도서관이 다 내 것이다. 웬만한 병은 원격 진료를 받을 것이고 신앙생활도 차 안에서 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형무소도 가지 않을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은 외부와의 교신을 차단하면 자동차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형무소가 될 것이다. ‘전격 Z작전’ 속의 ‘키트’처럼 용도 혹은 특수목적에 따른 변신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주차하는 숲속, 바닷가, 계곡이 내 전용 정원이 된다.
셋째, 소비혁명이 일어난다. 장사를 하는 사람의 경우 가게를 구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물건을 들여놓지 않아도 된다. 음식은 거의 표준화될 것이다. 사람끼리 직접 만날 일이 드물어진다. 정장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옷을 비롯한 모든 소비 행태는 현저하게 달라진다. 구두가 맨 먼저 없어질 수도 있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여행이나 레저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관광지도 따로 없다.
넷째, 별스러운 비인간이 탄생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들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르네상스칼라가 정치 경제의 주축이 된다. 옛날에는 공부 잘하면 성공확률이 높았고 공부 잘하는 최고의 비결은 반복이었다. 이젠 아니다. ‘독서백편의자현’이나 ‘위편삼절’ 이런 단어들은 인류문화유산에 등재해야 한다. 정보를 잘 다루는 사람(분석, 조합, 재가공, 통합, 통섭)이 창의적인 것은 물론이고 미래도 보장된다. 어디선가 읽은 듯한 ‘별스러운 비인간’이란 새로운 부류가 세상을 끌고 갈 것이다.
정부 투자 아끼지 말아야
자율주행자동차는 모든 국민이 움직이는 플랫폼을 하나씩 갖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초국적 콘텐츠가 우리 삶의 근간을 재편성할 것이다. 국가는 이 플랫폼의 기반여건을 사수해야 국민을 지킬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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