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장이 다른 기관의 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란 쉽지 않다. 본인도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고, 언제든 부메랑이 될 위험성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공개 석상에서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을 비판하며 퇴진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새만금사업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여겼을 이 청장으로선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도지사가 이 청장 교체를 공개적으로 거론했을까.
송 지사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청장 교체를 주장한 것은 최근 새만금 도로건설 과정에서 새만금개발청이 지역업체 참여율을 높이는데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도내 건설업체 등이 새만금 남북2축 도로 입찰시 지역업체 30% 이상 참여 의무화를 강제할 수 있도록 평가기준에 배점으로 반영해줄 것을 새만금개발청에 건의했으나 국가계약법과의 상충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외지업체의 잔치가 됐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이 청장에 대한 그간 쌓인 불신과 불만이 이번 지역업체 배려 소홀로 폭발한 셈이다.
송 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그런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송 지사는 “이 청장이 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년 동안 새만금 업무를 맡았지만 전북의 이익을 얼마나 대변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새만금 예산확보와 개발 등에 의지가 없고, 노력도 않는다고 했다. 7년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것으로 보았다. 발상을 바꿀 청장이 필요하며, 이 청장이 경질되도록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무산과 관련한 이 청장의 대응 역시 비판 대상이었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협약 MOU 체결 당시 국무총리실 소속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으로 정부 측 업무를 맡았던 이 청장이 그 진실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고, 투자 무산 과정에서도 삼성측 입장을 대변하는 행태를 보인 것을 두고서다.
새만금개발청은 국가사업인 새만금사업을 담당하는 중앙기관이다. 자치단체장의 청장 교체론을 두고 월권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사업 이전에 새만금이 전북지역에서 갖는 비중이나 그간의 과정을 안다면 결코 지역과 유리될 수 없다. 이 청장의 그간 공과를 볼 때 공도 잘 보이지 않는다. 송 지사가 밝힌 것처럼 새만금개발에 의지조차 없다면 더 말이 필요 없다. 전북의 여망을 담은 새만금이 이 청장으로 인해 질척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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