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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선정 '2016 올해의 인물' 박준영 변호사 "억울한 사법 피해자 목소리 듣는 일 계속할 것"

2건 재심으로 '전북' 고향보다 각별 / 정의에 대한 열망이 세상 바꾸는 힘 / 고졸 변호사 부정적 이미지 극복해

“죄가 없는데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자백을 하더라도 검찰이나 법원이 자신이 죄가 없다는 것을 알아주고 밝혀주리라 믿습니다. ‘까짓것, 자백하면 어때, 내가 죄를 짓지 않았는데 한 번 눈감아 주지 뭐’라는 생각에서지요. 그만큼 검찰과 법원을 우리 국민들은 믿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자기가 마지막으로 믿는 대상이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다는 상실감에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지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을 막는 이가 바로 저, 나아가 우리 모두입니다.”

▲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박준영 변호사가 한 말이다. 국민의 편에서 그들의 속 이야기를 들어줘야할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그렇지 않았다면 진실을 외면하고 정의가 실현되지 못했을 때 국민을 돕는 일을 하는 이들이 바로 변호사들일 것이다.

 

10년이 넘은 전북 도내 2건의 살인사건을 재심을 통해 모두 무죄로 이끌어낸 박 변호사는 2016년 대한민국 법조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연말 각종 기관으로부터 상을 받는 등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박 변호사로 부터 선정된 소감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전북일보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소감이 어떠신지요.

 

“제 고향은 전남 완도인데, 고향만큼 각별한 곳이 전북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사건들이 벌어진 곳이지요. 다행히 정의롭게 마무리되어 제게 큰 영광입니다. 전북도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또한 제게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억울한 분들의 목소리 한 분이라도 더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재심사건에서 잇딴 무죄를 이끌어낸 변호사님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특히 전북에서 재판 2개를 재심을 통해 무죄로 밝히셨고 확정까지 됐습니다.

 

“정의에 대한 열망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해서 높으신 분들의 비리가 우리를 참 힘들게 하지만, 소시민들의 정의에 대한 열망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열망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억울한 사건을 계속 찾아다니겠습니다. 시민들이 연대의 힘을 모아주시면 그 힘으로 반드시 정의롭게 해결되는 사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변호인’,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변호사’, ‘고졸 출신 변호사’라는 사람들의 표현이 어떠신지.

 

“앞 두 별칭은 솔직히 부담이 됩니다. 제가 변호사를 하면서 꼭 정의로운 사건만 했던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제가 만으로 42세, 한국나이로 43세인데요. 앞으로 계속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게 솔직히 많이 부담이 됩니다. 고졸출신 변호사라는 것은 좋을 때도 있었고 싫을 때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은 참 좋은 이미지인데요. 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실력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갖고 계신 분들을 더러 봤습니다. 그때는 속상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관없습니다. 최근 일련의 성과(?)로 부정적인 이미지는 극복했다고 봅니다.”

 

-각종 재심사건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지나가보니 뭐가 힘들었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다 감당할 만 했습니다. 단 하나 제가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억울한 옥살이를 하신 분의 고통이었습니다. 재심이 오래 걸리다보니 여러 형태로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거든요. 이런 부분은 우리 사회 내 시스템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가 큰 힘이 되고 있고 힘든 것도 이겨내게 합니다. 억울한 사건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겠습니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 관심주시고 응원해주십시오.”

 

-향후 활동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은 살아온대로 살아간다’는 말을 믿습니다. 이전에 제가 했던 일의 범주를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억울한 사법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을 계속 해나갈 것 같습니다. 계속 관심가져 주시고 때론 따끔한 질책도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책도 발간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습니까.

 

“책 이름이 ‘지연된 정의(후마니타스)’, ‘우리들의 변호사(이후)’입니다. ‘지연된 정의’는 저와 박상규 기자의 재심프로젝트를 담았습니다. 재심과 무죄판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사건의 문제점이 주된 내용입니다. ‘우리들의 변호사’는 변호사를 하면서 경험한 사건을 통해 얻은 제 생각을 써봤습니다. 그리고 앞 부분에 제 성장과정, 그리고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앞으로는 영리목적의 사건수임을 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책과 강연이 제 경제력의 근간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일은 법조 뿐만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가능합니다. 정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신지요.

 

“대개 사람은 자신의 영향력 확대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정치가 영향력 확대방안 중에 하나가 되겠지요. 저도 생각을 안해봤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요. 저는 시민들의 후원으로 살아났습니다. 그 분들이 제게 후원하신 목적은 지금 하던 일 더 열심히 해달라는 것이거든요. 그 바람대로 한동안 살아야 될 것 같습니다. 40대는 사법피해자를 돕는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최근 시국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잘난 사람의 호령이 아니라 작고 왜소한 소시민들의 연대의 힘’이라구요. 이번 촛불집회에서 이 연대의 힘을 보았습니다. 이런 선한 연대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힘을 모아 바로잡아야 할 문제들이 참 많습니다.”

 

● [박준영 변호사는] 남들 가지 않는 길 가는 재심 전문 '약자의 희망'

 

박준영 변호사는 1974년 전남 완도 노화도에서 태어났다. 노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사정으로 1년 뒤인 1994년 목포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퇴했다. 1997년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를 시작, 2002년 사법 시험에 합격했다.

 

5년의 고시생 생활이 고달펐지만 ‘넌 큰 인물이 될 것’이라며 용을 본 태몽을 얘기했던, 암투병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당시 고시촌 쪽방 책상에는 빛바랜 어머니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고졸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수식어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약자들의 희망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재심 무죄 변호사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린 그는 이후 재심사건을 전문으로 맡는,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길에 들어선다.

 

일반 형사사건 보다 시간이 흘러 증거 수집이나 증인들 확보가 수십 배 어려운 재심 사건을 맡으면서 변호사 사무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파산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해 1만7000여명의 후원자로부터 목표보다 5배 많은 5억6700여만원을 지원받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는 2007년 경기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1999년 완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 2000년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 결정과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또 무기수 김신혜 친부 살인사건은 법원의 재심 개시 여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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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종 bell103@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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