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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은 수필가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암 투병 600일 일상·감정 담아

"너무 외롭고 힘들 때 삶의 위로·평화 되길"

“설령 당신이 암 선고를 받았다 할지라도 너무 걱정 마세요. 충격과 공포, 불안과 두려움이 일상을 지배하겠지만, ‘괜찮다’ 위무해 주고 싶습니다. 왜냐면, 제가 겪었으니까요. 암, 암이어도 괜찮아요.”

 

김사은 수필가이자 전북원음방송 PD가 암 투병 기간 수첩에 옮겨온 편린(片鱗)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바로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이룸나무).

 

책은 암을 이겨낸 환자의 건강 서적도, 치료 과정의 기록서도 아니다. 평범한 50대 여성이 자신의 인생사전에 한 번도 등재할 생각이 없던 유방암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를 하며 너무도 달라진 일상과 그때의 감정을 담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마음을 다스리고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암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죠. 누군가 느닷없이 암 환자가 됐을 때 아마도 저와 비슷한 심경과 변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기에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제 생각을 나누고 싶었어요.”

그는 육백일간 암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나 죽으면, 이 남자 칫솔이나 제때 제때 바꾸면서 살아갈랑가 몰라.’(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중)

 

자신이 해주지 않으면 칫솔 하나 제때 갈아 쓰지 않는 철없는 큰아들 같은 남편 생각에도 마음이 먹먹해지고, 아직 돌봐야 할 두 아들을 보면 가슴 한켠 구멍이 뚫린 듯 시려진다.

 

“제일 마음 아팠던 것은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 드린다는 점이었어요. 자연스레 환자와 간병인의 관계가 되는데 어머니가 돌봐주실 때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죄송하고 미안했지만 혼자 견뎌내고 싶었어요. 가족이 아픈 사람을 무조건 돌봐야 한다고 생각 말고 환자에게 맡겨주면 좋을 것 같아요. 환자도 끝까지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은 관계와 거리가 있거든요.”

 

또한 작은 것에도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내 곁의 사람들이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주위 사람들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울컥하곤 했다.

 

‘언젠가 밀린 서류를 정리하기 위해 회사에 잠깐 들렀는데, 몇 달씩 빈자리는 먼지도 쌓이지 않았고 오히려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돈돼 있었다.’

 

‘김남곤 시인이 “매실즙으로 버무린 취나물이 맛있었어요. 그 밥상에 함께 앉고 싶어요”라는, 짧은 글을 주셨는데 울컥 눈물이 솟아났다.’

 

‘나는 알았다. 나 혼자서 투병한 것이 아니었음을 곳곳에서 나를 위한 기도의 메아리가 울리고 있었다.’(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중)

 

“누구든 어느 때는 너무 외롭고, 힘들고, 뭐든지 싫을 때가 와요.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오죠. 그런 순간들에 이 책이 위로와 평화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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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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