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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춥고 발 시릴까 봐…소녀상에 양말 떠준 '천사'

전주 풍남문 평화 소녀상, 바닥에 붙어있는 구조…쪼그려 앉아 뜨개질했을 것 / 알고보니 전국 돌며 착한일…"소녀상 더 많이 생겼으면"

▲ 15일 전주 풍남문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뜨개질로 뜬 양말이 신겨져 있다. 박형민 기자

‘전주 풍남문 평화의 소녀상에게 따뜻한 털양말을 신긴 사람은 누구일까?’

 

15일 오전 11시 전주시 전동 풍남문 평화의 소녀상.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소녀상은 어깨에 담요 2장을 겹쳐 두른 채 양손을 모으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소녀상이 신고 있는 손뜨개질 된 양말 한 쌍이다. 파란색 바탕에 노란색 무늬가 가로로 3줄 들어갔는데, 노란색 무늬는 나비를 연상시킨다. 겨울이면 일부 시민들은 소녀상에 목도리를 두르거나 털모자를 씌우기도 한다. 그러나 소녀상의 언 발을 녹여줄 양말은 다르다. 소녀상의 발은 땅에 붙어있어 누군가 양말을 쪼그려 앉아 현장에서 직접 실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월호 현수막 지킴이의 선행일 것이다. 얼굴 없는 천사일 것이다. 뜨개질 달인일 것이다”는 등의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지역 사회에 궁금증이 급격하게 증폭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27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던 이날 전주 풍남문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김판수 씨는 이번 일을 ‘역사의 수호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지난달에 누군가 찾아와 파란색 양말을 뜨개질하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감색 양말을 뜨개질하고 갔다. 겨울이 지나면서 내가 세탁을 한 뒤 세월호 현수막에다 보관했는데, 올해 누군가 그걸 가져가고 새 양말을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남문 세월호 현수막 지킴이 채주병 씨는 “겨울이 되면 전국을 돌며 소녀상의 발에 양말을 뜨고 가시는 고마운 분이 있다”며 “전주는 올해로 두 번째”라고 말했다.

 

채주병 씨의 도움으로 양말 제작자 정모 씨를 확인했고, 정 씨가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그의 소회를 들여다봤다.

 

정 씨는 지난해 2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SNS에서 눈 덮인 소녀상의 발을 보고 너무 시리겠다 싶어 시작한 소녀상 양말 뜨기”라며 “지난해 1월 9일 천안을 시작으로 총 11곳의 소녀상을 만났고 10곳의 소녀상에게는 없는 솜씨지만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늦게 시작한 게 큰 아쉬움이네요. 소녀상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상적인 해결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지난해 1월부터 한 달 여 간 전국 평화의 소년상을 찾아 양말 뜨개질을 한 지역은 전주 풍남문 광장을 비롯해 천안 신부공원,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세종 호수공원, 천안 목천고, 강릉 경포호수, 원주 시청공원, 대전 보라매공원, 제주 방일리공원, 청주 청소년광장 등이다.

 

정 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달 19일 전주 풍남문 평화의 소녀상 양말을 뜨고 왔다. 지난해(2월 14일)에 이어 두 번째로 방문했다”며 “지난해 전국을 돌았지만 특히 전주 풍남문 평화의 소녀상 양말이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저를 향한 주위의 관심이 커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올해는 조용히 지나가길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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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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