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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본부' 벗어나려면

지역의 미래 담을 '꿈단지' / 비수도권 똘똘 뭉쳐 대응 / 지방분권 강화가 답이다

▲ 논설위원

노무현 참여정부의 가장 큰 공의 하나가 지역발전정책이다.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정권 초기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따른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좌절됐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행정수도 대신 세종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됐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2005년 이전계획이 결정된 후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큰 틀에서 별 차질없이 진행됐다. 이렇게 해서 결실을 본 것이 각 지역의 혁신도시며, 전국적으로 10개의 혁신도시가 새로 만들어졌다. 전주·완주에 생긴 전북혁신도시 역시 이렇게 해서 태어났다.

 

전북도민들은 이 혁신도시를 각별하게 여긴다. 전북 만큼 혁신도시에 공을 들인 시도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역 언론은 거의 매일 혁신도시 뉴스를 쏟아냈다. 한국토지공사가 LH공사로 통폐합된 후 주택공사 이전지였던 진주로 결정됐을 때는 도민궐기대회가 열리고 도지사 삭발투쟁까지 벌어졌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이전 과정에서 속을 태웠다. LH 전북이전 무산에 따른 악화된 여론 잠재우기용으로 급조된 삼성의 새만금투자 약속과 철회도 전북혁신도시의 아픈 역사다.

 

이렇게 도민들의 피와 땀이 담긴 전북혁신도시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도민들에게 귀하디 귀한 혁신도시가 중앙적 관점에서는 한낱 ‘논두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중앙의 한 일간지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점검하면서 전북혁신도시에 입주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논두렁 본부’가 될 처지라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차로 왕복 5시간 거리, 기존 투자 베테랑들의 줄사표, 세계 주요 연기금운용본부가 수도나 금융허브에 위치한 점 등을 고려해 비유한 표현인 것 같다. 전북 정치권과 상공인단체, 전북애향운동본부, 예술인단체 등이 나서 지방을 비하하는 보도라고 성토했다.

 

‘논두렁 본부’로 상징되는 일간지의 보도는 공공기관 유치에 트라우마가 있는 도민들의 아물어가는 상처를 다시 건드렸다는 점에서 반향이 컸다. 공공기관 이전의 10년 성과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짚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더욱이 500조원대의 막대한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가 ‘시골 촌구석’에 틀어박혀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면 큰 일 아니겠는가. 서울에 있던 본부가 새로운 곳에서, 그것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국내외 많은 관련 기관과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보면 어디 해당 언론만의 걱정이겠는가.

 

문제는 ‘논두렁 본부’라는 말이 나온 데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나 지방의 혁신도시를 바라보는 중앙의 시각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지만, 다른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한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과 돈, 기업이 몰린 수도권을 떠난 공공기관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떤 식으로든 편리함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에서다. 이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결정됐던 10여년 전에 나온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취지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 시각으로 볼 때 혁신도시는 ‘논두렁’이 아닌 지역의 미래를 담은 ‘꿈단지’다. 이제 출발했거나 갓 출발선상에 선 ‘꿈단지’인 까닭에 어설픈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전북혁신도시가 서울에서 왕복 5시간이나 걸리는 교통오지여서 불편하다면 공공기관을 다시 서울로 회귀시키려 말고 이를 단축시키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공무원들이 국회를 오가느라 길가에 시간을 허비한다고 탓하는 대신 국회가 세종시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습적’인 수도권적 시각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수도권의 기득권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이 나서야 허물어뜨릴 수 있다. 대선 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방분권 강화를 개헌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혁신도시가 중앙적 시각에 흔들리지 않고 활짝 피어야 한다. 지방분권의 강화가 근본적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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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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