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움직이는 힘은 잘난 이의 호령 아닌 소시민들 연대의 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법 앞에 평등, 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 등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은 과연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6일 전북일보사 2층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중국문화관 화하관에서 열린 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 제4강에 초청된 나온 박준영 변호사는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 사회적 약자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지워진 사람이 되고 있다”고 들고 “이런 상황에서 소시민들의 연대가 사회정의를 지키는 하나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씨는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재심을 이끌어 낸 재심전문 변호이자 영화 ‘재심’의 실제 주인공이다. 그동안 시국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이 있었지만, 형사사건에 대해 재심을 이끌어낸 것은 박 변호사가 처음이다(수원역 노숙소녀 폭행 살인사건).
박 변호사는 이날 삼례 사건의 개요와 무리했던 수사과정, 그리고 이를 뒤집는 재심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피고인들에게 헌법은 없었고 국가는 잔인했다. 경찰은 몽둥이로 살인범을 만들고 검사는 윽박지르며 한글도 잘 모르는 이들의 조서를 꾸몄고, 국민의 세금으로 보수를 지급받는 국선변호인은 허위자백과 거짓반성을 유도했다”며 냉혹했던 사법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또 “군사정권 시절인 83년에도 강압적이고 무리한 수사를 이유로 대법원이 하급심을 뒤집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는데도, 18년 뒤인 문민정부 시절에 일어난 두 사건에서는 진범이 자수를 했거나 진범논란이 있었는데도 오히려 진범을 풀어주면서까지 억울한 범죄자를 만들었다”며 “80년 초반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일류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두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가난하고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지적장애자 등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이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관대하고 악용 소지마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면서도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과 서러움을 외면하고 있다는데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려면 힘있는 사람들의 특권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로 뭔가 부족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삼례사건의 재심이 이뤄지기까지는 억울한 3인조의 아픔에 강하게 공감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도움, 진범의 용기있는 고백과 사죄, 그리고 그 사죄를 받아들이고 화해한 피해자 가족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잘난 사람들의 호령이 아니라 소시민들의 연대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돈을 받으면 그 사건을 우선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 공익적인 재심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사건을 맡지 않고 있다는 박 변호사는 ‘작은 성공의 사례들’이 점차 세상을 바꾸고 사회를 바로잡는 힘이 되기를 희망하면서도 이러한 재심사건들이 우리사회의 법과 정의를 바라보는 기준으로 지나치게 일반화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삼례와 익산사건의 재심과정을 담은 ‘우리들의 변호사’라는 책을 냈으며, 전북일보가 선정하는 2016년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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