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많지 않은 지역에 자영업 활성화 방안 등 맞춤형 일자리정책을
“한 청년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입시보다 몇 배 더 노력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청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아들딸들이 이력서 백 장은 기본이라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은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 추경예산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한 자료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나라 전체가 온통 ‘일자리’이야기로 들썩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가장 먼저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국정기획위원회의 관심분야 첫 번째도 일자리며, 전 부처가 일자리 창출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다.
일자리는 역대 정부에서도 중요한 정책과제였다. 거의 모든 자치단체들도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였다. 전북도의 경우 한 때 경제통상국을 일자리본부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었다. 문재인 정부가 그 강도를 높인 것뿐이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밝혔듯이 우리의 연간 청년실업률은 2013년 이후 4년간 급격하게 높아졌고,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해지면서다.
문제는 현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심각한 청년실업 해소에 얼마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다. 정부가 아무리 용을 써도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을 국내외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대만 잔뜩 갖게 할 우려가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어서다.
또 다른 걱정도 있다. 국가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되레 낙후된 지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전북지역 청년 종합실태조사’결과, 20대의 절반에 가까운 46.4%가 타 지역으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단다. 타 지역 이주 고려 비율은 30대에서도 37.5%에 이른다. 취업과 고용문제를 주된 이유(48%)였다. 2030세대들이 전북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근로여건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 인구의 지방 유출과 수도권 집중’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2015년도 기준 전북의 청년인구 순유출은 전남에 이어 가장 많았다. 일자리 창출 자체가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는 전북 지역의 경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청년층의 지역 엑서더스를 가속화 할 소지가 많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1000위권 내 기업 중 전북에 본사를 둔 기업은 고작 14개사뿐이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시도별 1000위권 기업은 수도권(693개, 69.3%)과 영남권(179개, 17.9%)에 집중됐다. 국가적으로 일자리 위기인 상황에서 한가롭게 지역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을 지역이기적이라고 타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북의 아들딸들이 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으며, 폄하하겠는가. 다만 일자리 정책이 일자리 확대에서 나아가 지역 활성화로 연결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 맞춤형 일자리 정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혁신도시 입주 공기업에게 요구해온 지역인재 할당제 도입이 그 한 예다.
대기업의 지방이전을 촉진하거나 지역 투자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기업체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자영업 활성화 정책 등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지역 발전과 연계된 일자리 정책이 나올 때 진정성을 갖는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태산명동에 서일 필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다. 차기 정부의 시작은 사상 최대의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일본의 사례를 따라 기업의 구인난 정책이 맨 위에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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