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수사업무 자원…난투극·성매매 알선 등 사건·사고현장 누벼 / 집에선 아들들 둔 엄마…"범인 꼭 잡아" 응원에 힘 / 애국심·도덕심 투철
·박형민 기자
지난 1946년 7월 1일 경무부 공안국에 여자경찰과가 신설된 것을 기념한 ‘여경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초기 여경은 주로 대민부서에만 배치됐지만 요즘은 형사, 정보 등 금남의 부서가 사라지고 경찰업무 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북지역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는 여경을 만나봤다.
△ ‘조폭계의 대모’ 광수대 이정옥 경사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이정옥 경사(38)는 ‘조폭계의 대모(大母)’로 불린다. 올해 초 도심 활극을 벌인 조폭을 일거에 소탕하면서 생겨난 별칭이다. 그는 장례식장 집단 난투극 사건과 관련, 전국 각지로 도주한 월드컵파와 오거리파 조직원을 찾아 35명을 검거하는데 중심에 있었다.
전주 출신인 이 경사는 근영여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경찰에 입문한 뒤 정읍경찰서 지구대에서 첫 순경 업무를 시작했다.
2007년 전주 덕진경찰서 지구대와 덕진서 경제팀, 지능범죄수사팀을 거친 이 경사는 “수사 업무를 주로 해오다 형사 업무를 해보고 싶어 광수대에 직접 지원했다”고 말했다.
광수대 근무 3년 만에 조폭 50명을 구속한 이 경사는 신뢰감 높은 경찰로 알려져 있다. “누나 같은 이 경사에게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조폭이 있을 정도다.
이 경사는 “내게 붙잡혀 교도소에 수감 된 조폭한테서 편지를 받아봤고, ‘힘든 일 있으면 연락을 하고, 출소하면 소주 마시자’고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고 했다.
가정에서는 ‘세 아들의 엄마’인 이 경사는 “상황이 걸려 집에 있다가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꼭 범인 잡고 오라’며 응원을 해주고 있다”면서 “엄마가 경찰이고, 형사라는 데 아이들의 자부심이 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도내 조폭들과 친해지면서 치안이 깨끗한 전북을 만들고 싶다”며 “여경도 당당히 형사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 ‘조폭전담팀 여경’ 익산경찰서 문양이 경위
익산경찰서 형사과 조폭전담팀 문양이 경위(41)에게는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지난 2016년 1월 익산경찰서 조폭전담팀에 오면서 여성 경찰관으로서는 처음 조폭전담부서에 배치된 것이다.
장수 출신인 문 경위는 학창시절 학교 앞 파출소의 친절한 경찰 모습을 보고 경찰이 됐다. 2000년 경찰에 입문해 10년 동안 지구대와 민원실, 생활질서계 등 내근 근무를 거쳤는데, “형사라면 수사를 알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수사 병과로 지원했다.
그는 “실내 근무 등 안정적인 부서만 원하면 여경은 설 자리가 부족하다. 경찰로 입문한 이상 무엇이든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경위는 특히 청소년과 여성 등 약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조폭전담팀에 오자마자 조폭이 여학생을 유인·협박해 성매매를 알선한 사건을 수사하고, 2명을 구속하면서 조폭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생각했다.
남자 형사도 꺼리는 조폭팀에 근무하는 문 경위에게 같은 경찰서에 근무하는 남편과 초등학생 두 아들이 가장 큰 힘이 된다.
문 경위는 “여성 경찰관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다기보단 국가에 투신하는 높은 도덕심과 애국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마음 변치 않고, 근무하면서 배우는 많은 것들을 시민과 국민, 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충실히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남승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