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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간첩누명 이제 벗었는데…성묘왔다 실종된 아들 주검으로

34년만에 무죄 '김제간첩단' 사건 장남, 정신적 충격으로 수십년 요양병원 치료 / 16일 예정 고향마을 위로잔치 취소될 듯

34년 만에 재심을 통해 간첩누명을 벗은 ‘김제간첩단’사건 고(故) 최을호 씨의 장남 낙효 씨(63)가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버지가 간첩으로 몰렸을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낙효 씨는 정신적 충격을 받고 수십 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1일 오후 3시께 김제시 진봉면 고사마을 인근 새만금간척지 갈대밭에서 실종 신고된 낙효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수색 중이던 경찰 헬기가 발견했다.

 

낙효 씨는 지난 9일 형제들과 무죄 판결문을 들고 고사마을 뒷산의 아버지 최을호씨 묘소에 제를 올리러 찾았다가 실종된 상태였다.

 

경찰은 일단 낙효씨 사체 검안 결과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낙효씨 가족은 1983년 5공화국 군사정권에서 최을호 씨와 조카 낙전·낙교씨가 간첩으로 몰리자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은 30년 넘도록 고향을 찾지 못하고 설움을 삼켜야했다.

 

전주 최씨 집성촌이던 고향에 누를 끼치기도 싫었거니와, ‘간첩마을’이라며 이웃마을에서 따가운 시선과 함께 손가락질을 받는 주민들에게 미안해서였다.

 

전주교대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였던 낙효 씨에게도 아버지가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했다는 사실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심지어 당시 각 급 학교에서는 이 김제간첩단 사건이 ‘반공사례’로 교육되기도 했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낙효 씨는 교직에 적응하지 못한 채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다 퇴직했고,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당뇨증세까지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인은 “동네에서 머리도 좋고 조용한 형이었고, 종종 우리 형님과 바둑을 두시는 등 참 좋은 형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한 뒤 “오는 16일 유족들이 주민들과 함께 그동안의 회한을 풀며, 유족들은 주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주민들은 그들을 위로하는 잔치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이같은 변고가 벌어져 행사가 열리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첩 누명을 썼던 가족 모두 착하고 좋은 품성의 가족이었다”며 “나라의 용공조작 사건이 아니었다면 훌륭한 선생님이 됐을 그였을 텐데,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이같이 된 것이 불쌍하기 그지없다”고 슬퍼했다.

백세종,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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