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식도 등 부동산 가격하락…수송동 상권 붕괴 / 협력업체 폐업·근로자 실직…인구 유출 잇따라
“그야말로 죽고 싶은 심정이다.”
“지역 정치인과 정몽준 회장에게 사기를 당했다. 현대중공업을 믿고 평생 모은 재산을 털어 오식도에 투자했는데 은행 이자도 못 낸다.”
9년 전 현대중공업을 따라 목표에서 군산 오식도에 와 원룸 임대업을 하는 전의남씨(70)의 눈물 섞인 탄식이다.
지역경제를 견인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지 두달이 지나는 군산은 오식도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도심 수송동 골목상권마저 붕괴되고 있다.
가동중단 전 근로자들로 붐비던 조선소는 본사 직원 1명과 시설물 관리와 보안을 위한 용역업체 인력 20명이 남아 썰렁함을 넘어 황량함이 감돌고 있다. 차량이 빼곡히 주차됐던 군산조선소 도로변에서는 오가는 차를 보기가 좀처럼 힘들었다.
군산조선소 협력업체의 폐업과 근로자들의 실직으로 군산시는 인구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원룸과 상가가 밀집한 오식도는 물론 도심의 부동산 거래가 뜸해져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결과 군산시 인구는 2016년 말 27만7551명에서 2017년 7월 말 현재 27만6059명으로 줄어 불과 7개월 만에 1492명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아파트의 분양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아파트 임대가 정체 현상을 보이다가 조선소가 중단된 7월부터는 신규 임대자는 없고 유출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식도 식당가도 임대료 납부가 어려워지면서 20%가 정도 폐업했지만, 실제 폐업신고를 안 하고 영업하지 않는 곳은 훨씬 많다는 게 주민들 말이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진옥씨(49)는 “작년부터 매출이 줄더니 올 7월부터 매출이 70%나 곤두박질했다”며 “식당 대부분이 간판만 있지 실제로 장사를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매월 800여만 원의 적자를 보며 힘들지만, 조선소가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할 것이라는 기대로 하루하루를 버틴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의 여파는 오식도를 넘어 시내 중심권까지 미쳐 지역 골목상권마저 붕괴되고 있다.
상가 휴·폐업이 속출하고 건물 공실률은 크게 증가, 수송동에서는 상가 임대 또는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띄고 있다. 실제로 시의 조사결과 2015년 상반기 6127건에 달했던 지역 부동산 실거래는 올해 4914건에 그쳐 19.7%가 격감했다.
부동산 관계자 김청운씨(60)는 “군산조선소의 가동중단 여파가 도심 상권까지 파고들고 있다”면서 “자영업 매출이 바닥까지 떨어져 일부가 폐업을 고려하지만 부동산 거래가 실종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군산조선소 입주와 함께 전국 최고의 땅값 상승률과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대감에 부풀었던 군산지역의 추락은 조선소 재가동이 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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