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듯 마는 듯 가을비가 소리없이 지나갔지만, 그 흔적은 존재감이 있다.
비가 그치면서 낮부터는 북쪽에서 찬공기가 내려와 기온이 떨어질텐데, 여기에 찬바람까지 강하게 불어서 체감하는 추위는 더 크겠다.
계절이 겨울로 향하는 만큼 이제는 ‘덥다’는 말보다는 ‘춥다’는 말을 더 자주하게 된다.
하지만 더운 계절과 추운 계절 사이에 놓인 가을은 추위표현도 다양하다.
감각어 발달이 두드러진 우리말 중에서 특히 날씨는 감각적으로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에 감각어가 잘 반영돼 있다.
국어문법상 모음의 경우 ㅏ, ㅑ, ㅗ, ㅛ와 같은 양성모음은 밝고 날카롭거나, 작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반면에 ㅓ, ㅕ, ㅜ, ㅠ, ㅡ, ㅣ와 같은 음성모음은 어둡고 둔하거나, 크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따라서 ‘사늘하다’보다 ‘서늘하다’가 더 추운표현이 되는 것이다.
자음도 이런 ‘어감의 분화’가 적용된다. 된소리(예: ㄲ, ㄸ, ㅆ, ㅉ)는 예사소리(예: ㄱ, ㄷ, ㅅ, ㅈ)보다 더 강하고 단단한 느낌을 주고 거센소리(예: ㅊ, ㅌ, ㅋ, ㅍ)는 그보다 더 크고 거친 느낌을 준다. 따라서 ‘서늘하다〈 쌀쌀하다〈 춥다’로 추위정도 순위가 매겨지겠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맹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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