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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국민의당

당내 통합도 못 이루면서 / 다른 정당과 통합 추진은 / 분열의 도화선 될 수밖에

▲ 객원논설위원

작년 1월 국민의당이 출범할 즈음 호남 지지율은 32%였고 민주당은 25%였다. 넉달 뒤 4·13총선에선 민주당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다. 호남지역구 28석 중 민주당은 3석(전북 2, 전남 1)에 그쳤다. 참담하게 무너졌다. ‘무엇이 문제이고 뭘 개혁해야 하는지’를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결과였다.

 

국민의당은 23석(전북 7, 광주 전남 16)을 얻어 승전의 깃발을 휘날렸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뒤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안철수 대표는 8·27 전당대회 때 불거진 당내 갈등과 불협화음을 봉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정당지지율은 창당 이후 한 자릿수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작동시켰다. 찬반세력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서로 “네가 당을 떠나라”고 흰눈을 들이대고 손가락질하는 판이니 이미 심리적 분당상태다.

 

호남을 기반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40석의 중견 정당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정체성의 문제다. 중도개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지역기반과 구성원 성향은 진보가 주류다. 정치노선이 어정쩡할 수밖에 없다. 사드배치, 개성공단 재개, 햇볕정책 등을 놓고는 왔다 갔다 했다. 과연 국민의당 정체성은 뭐냐는 비판이 일었고, 국민의당 대선보고서도 ‘내용 없는 중도노선과 모호한 대중정치’를 패인으로 지목했다.

 

안 대표의 리더십은 치명적이다. 리더십의 핵심은 소통과 포용, 낮은 자세가 요체인데 안 대표는 이 부문에서 혹평을 받는다. 국회의원 시절 보건복지위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성주 전 의원(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회고는 상징적이다. “상임위원들끼리 밥도 함께 먹고 미팅자리도 자주 갖는데 안철수 대표하고는 한번도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없다.” 불통, 독선, 고고함 등 일부 의원들이 전하는 리더십 평가는 가혹하다.

 

또 하나는 통합 추진이다. 정강정책과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다른 정당이 합치는 것은 다분히 정치공학적이다. 감나무에 배나무를 접 붙이는 것과 다름 없다. 당내 통합도 이루지 못하면서 다른 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분열을 조장하는 도화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통합 무리수를 두고 있다.

 

국민의당이 창당 이후 기여한 바는 작지 않다. 특히 호남에서 그렇다. 일당 독점구도를 경쟁구도로 바꿨다. 지역발전과 주민이익, 민원해결 등 여러 면에서 정치서비스를 높였다. 정치지망생과 유권자들의 정당 선택지도 넓어졌다. 라면 가게 하나 있던 곳에 두세개 생기면서 더 친절해지고 맛도 나아진 것과 같은 이치이겠다.

 

7개월 후면 지방선거다. 국민의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신뢰를 얻고,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일이다. 시민이 정치의 주체로서 의사결정에 동참하는 이른바 참여적 생활정치를 구현하고 거대 양당의 기득권 대결을 넘어 문제 해결의 정당, 국익과 민생을 우선하는 정당을 실천하는 일이 그것이다. 모두 당 강령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러려면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행동하지 않고 쟁투만 일삼다간 4·13총선 때 몽둥이로 두둘겨 맞던 민주당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안 대표는 욕심을 버려야 대권에 근접할 수 있다. 국민이 부를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너무 조급하다. 통합에 매달리는 것도 대권욕심 때문인 것처럼 비친다. 자신이 전당대회 때 약속한 △당의 정체성 확립 △시도당 권한 강화 △시도당 정책전문성 강화 △당의 소통 강화 등 4대 혁신안부터 실행할 일이다. 성과도 없이 약속도 팽개친 채 무슨 통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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