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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5. 싸가지 - 싹·싹수·떡잎 = 버릇·인의예지·장래성

전라도 사투리 가운데 ‘싸가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싸가지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의 떡잎에 해당한다. 즉 거목이 될 나무는 처음 싹 터 나오는 잎부터 그 징조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 속담에 쓰인 ‘떡잎’은 거목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징표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떡잎보다는 ‘싹’이란 말을 주로 쓴다. 특히 ‘싹’이 사람을 가리킬 때는 ‘싹수’로 쓰인다. 이 ‘싹수’도 어떤 사람의 ‘앞날이 트일 징조’를 가리키면서 ‘싹수가 있다’, ‘싹수가 없다’, ‘싹수가 노랗다’ 등으로 쓰인다.

 

전라도 말 중 표준말 ‘싹수’에 대응하는 말 ‘싸가지’가 있는데, 이는 ‘싹’에 접미사 ‘-아지’가 결합한 말이다. ‘싸가지’는 의미가 ‘싹수’와 같으나 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싸가지가 있다’나 ‘싸가지가 없다’처럼 있다, 없다와 함께 쓰일 뿐 표준어처럼 ‘싸가지가 노랗다’나 ‘싸가지가 보이다’와 같은 말로 쓰이지 않는다.

 

‘싸가지’에 대한 또 다른 견해는 ‘4가지’의 발음을 세게 한 것인데 여기서 4가지란 인(仁), 의(義), 예(禮), 지(智)로 싸가지가 없다는 것은 결국 ‘인의예지’가 없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싸가지가 없다’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아주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보통 그 뜻을 잘 모르고 사용하거나 별 의식 없이 쉽게 함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버릇이 없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 등의 가벼운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말의 뜻은 영원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사용한다면 의미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결국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은 단순히 ‘버릇이 없다’라는 말의 현재적 의미를 넘어서 ‘버릇이 없어 그 장래성까지도 없다’라는 미래적 의미까지 내포된 것 같다. 장차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를 소중한 인격을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모독하는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은 욕설에 준하는 것이니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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