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남원역사 주변에서 이뤄지는 ‘남원구역사 생태문화 복원사업’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1597년 정유재란 중 남원성 전투의 상흔이 남아 있는 북문 터 옆에서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역사적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원시는 지난 10월 동충동 7500㎡(2268평) 부지에 ‘남원구역사 생태문화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6년 환경부 공모 사업으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거쳐 올해 10월에야 사업에 착수했다. 바로 옆에는 북문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비 5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의 목적은 생태체험 학습 및 지역 문화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달 말까지 사철나무 등 7130주와 나뭇더미, 돌무더기, 새집, 조류 먹이대, 나무 원두막, 통나무 의자, 집수정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남원시는 즉시 공사를 중지하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리며 즉각 반발이 나왔다.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한병옥 전 회장은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 북문에서 최후의 항전이 벌어졌고, 1만여 명의 백성들이 맞서 싸우다 죽었다”면서 “역사가 숨 쉬는 곳에 생태공원을 지으려는 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남원은 습지공원이 조성됐고, 북문 터 옆에 큰 꽃 정원도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평화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정부가 성급하게 국가 공모사업을 확보하려는 경향도 논란이다. ‘북문 터 인근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원문화원 김현식 사무국장은 “북문 주변의 생태복원 사업은 거리가 멀다”면서 “생태복원은 과거부터 철새 등 동식물이 많은 곳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못하다”고 해석했다.
이어 “시가 계획을 세울 때 사회 다양한 계층과 협의를 비롯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교하게 접근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역사와 관광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최영기 교수는 “메세지 자체가 없는 건 곤란하다. 역사적인 상징성과 어우러진 관광화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남원시 환경과 관계자는 “국비를 확보한 뒤 문화재 시굴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면서 “애초 북문 터와 연계성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은 인정한다. 생태공원에 역사적 의미를 녹일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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