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뜬봉샘에서 샘솟는 물소리로 새해를 다지며 ”
새로운 소리
새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갑니다.
새롭게 마음먹은 일들이 뜻대로 잘 되고 있으신가요? 계획한 것들이 안 풀리거나 의지가 자꾸 흔들린다면 초장에 바로 잡는 게 좋겠습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것이죠.
탁 트인 바다를 볼까 싶어 바다로 달리다가 뿌연 하늘을 보고 멈춰 섭니다. 그러다 반대편 산 쪽인 장수로 발걸음을 돌려 잡았습니다. 미세먼지로 답답한 하늘대신 뭔가 깨끗하고 맑은 기운이 필요했습니다.
언 땅에 새 생명을 주려 힘차게 솟아나는 샘을 보면 '초심'이란 말의 순수함과 위대함을 느끼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죠. 땅에서 갓 태어나는 샘물 온도는 항상 섭씨 4℃입니다. 온 세상이 꽁꽁 언 어느 겨울날 맑은 기운을 얻기 위해 뜬봉샘을 찾았습니다.
뜬봉샘이 퐁퐁 솟아나는 마을은 수분 마을입니다. 수분령(水分嶺) 휴게소의 정신없는 트로트 음악을 뒤로하고 찾은 수분마을은 강의 발원지답지 않게 평범합니다. 물이 나누어지는 마을이죠. 실제로 이 마을 앞 수분령 에서 금강과 섬진강이 나누어집니다.
마을 입구에는 백여 년 전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곳에 들어와 숨어 지냈던 예배당이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 옛날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얽힌 복잡한 마음과 눈앞에 닥친 생명의 위험을 피해 이곳에 와서 모두 무사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됩니다.
저 또한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있으면 왠지 세상의 위험과 답답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이 만나는 길
작은 예배당을 나와 걸어 봅니다.
"물뿌랭이(물뿌리의 전라도 사투리) 보러 왔소?"
푯말이 여러 개여서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마을 어르신이 길을 알려 주십니다.
길이 산 위로, 하늘과 만날 것 같이 이어져 있습니다.
길이 좋습니다. 잘 가꿔져 있습니다. 언덕길이지만 힘들지 않습니다.
작은 연못도 있고 작은 초가집과 물레방아도 있습니다.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봅니다.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오 분 정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따뜻한 햇볕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이런 곳에 살고 싶습니다. 모델하우스 같습니다. 자연을 위한 사람을 위한 모델하우스요.
저쪽에서 맑은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뜬봉샘에서 태어난 어린 물소리입니다. 그 소리를 따라 계단을 올라 봅니다. ‘쿵, 쿵, 쿵’ 하며 나무 계단을 올랐습니다. 심장 떨리는 소리 같습니다. 예쁜 길이네요. 이 세상에 막 낸 길은 없겠지만 예쁘게 잘 만든 길을 따라 걷는 것은 기분이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새들이 많습니다. 이들도 맑은 물을 마시러 내려온 것 같습니다.
근본을 찾는다는 것.
계단이 끝날 무렵 ‘금강의 발원지’ 표지석이 나타납니다.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이 코앞에 있답니다. 갑자기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마치 큰할머니를 보러 온 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큰엄마도 큰아빠도 ‘네 네’ 하는 큰할머니요.
뜬봉샘은 하늘 바로 아래 있네요. 파아란 하늘 바로 아래서 솟아납니다. 도시에서 보는 그런 뿌연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파아란 하늘이 병풍처럼 뒤에 있습니다. 배낭을 내리고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조용합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하늘의 소리인가 봅니다. 자연의 소리인가 봅니다. 벌컥벌컥 물을 마십니다. 내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하늘의 소리가 아닌가 합니다. 내 소리. 일단 내 숨소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뜬봉샘을 등지고 서 봅니다. 더 큰 하늘이 열려 있습니다. 여기부터 천리길인가요. 금강의 천리길이. 장수에서 나와 무주를 흘러 진안에서 모였다가 충청도를 적시고, 전라도를 살리고 군산으로 흘러가는 금강의 시작이 여기입니다. 선화 공주도, 계백 장군도, 장보고도 이 물을 마시고, 이물로 몸을 씻고, 이 물로 밥을 지어 먹고 살았겠네요. 천 년 전부터 흘렀고, 앞으로 천년 더 솟아날 생명수입니다.
천년 샘물의 첫맛은 가재와 새우가 맛보지만, 이 물이 흘러서 수천만 명의 목을 축이니 얼마나 경이롭습니까.
길을 묻다.
샘을 내려와 다시 길을 걷습니다.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길 가던 사람에게 묻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길을 따라가세요.’ 현답이 돌아옵니다. 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리고 길에게 또 물어봅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 답이 없습니다. 다시 물어봅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요.’
‘뚜벅 뚜벅 뚜벅’ 답이 들려옵니다.
‘뚜벅, 뚜벅, 뚜벅’ 천천히 걸어가랍니다. 급히 가면 미끄러지니 천천히 가랍니다.
진흙이 나오면 더 천천히 가고, 진탕이 나오면 피해 가랍니다.
길에게 답을 얻었습니다.
뜬봉샘 생태길의 처음과 시작은 뜬봉샘 생태 공원입니다. 예쁩니다. 아주 큰 사람이 정성스럽게 빚은 것 같이 예쁘게 꾸며 놓았습니다.
작은 토기 인형이 많이 있습니다. 너무 예쁘고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세상은 왜 그리 힘들고 시끄러운데 이곳은 왜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울까요.
뜬봉샘 보고 내려오는 길. 길에게 다시 묻습니다.
‘뚜벅 뚜벅 뚜벅 천천히 갈게요. 그러다 힘들면 이곳에 다시 와서 진짜 행복을 느끼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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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봉샘 생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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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
테마 |
소요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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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4Km |
산들길 |
2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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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한마디 |
교통편 |
정보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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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봉샘생태관은 꼭 둘러보자. 다양한 정보와 함께 뜬봉샘과 금강이 가진 가치가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다. |
장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 장수(논곡, 사치, 논곡) 탑승 → 하교에서 하차 후 도보로 30여 분 이동 (기사님에게 뜬봉샘사거리에서 하차 가능한지 물어볼 것. 뜬봉샘사거리에서는 도보 10여 분) |
뜬봉샘 생태공원 장수군청 환경위생과 063-350-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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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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