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 1점
2003년 3월 도난…문화재청 사범단속반 수사 끝 회수
300년 넘게 부안의 한 마을을 지킨 당산(堂山·돌로 만든 솟대) 위 돌오리상이 도난당한 지 16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3년 부안군 동중리에서 도난당한 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 ‘부안 동문안 당산(扶安 東門안 堂山)’ 돌오리상 1점을 지난달 회수해 5일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 동문안 마을에 반환했다.
부안 동문안 당산은 3미터가 넘는 당산과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과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고 쓰인 한 쌍의 장승으로 구성돼 있다. 화강석을 거칠게 다듬어 조각한 약 59×20cm 크기의 돌오리상은 본래 부안읍의 주산인 성황산을 바라보며 당산 위에 놓여있던 것으로, 마을 밖으로부터 부정한 것의 침입을 막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녔다.
동문안 주민들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음력 정월 보름날이면 이곳에서 당산제를 지내고, 농악을 치며 줄다리기를 마친 뒤 당산에 새끼줄을 감아주는 ‘당산 옷 입히기’ 풍습을 전해오는 등 부안 지역 민속신앙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던 중 2003년 3월 돌오리상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해 2월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낼 때까지만 해도 제자리를 지킨 돌오리상은 한 달 만에 돌연 자취를 감췄고, 이 때문인지 2005년부터는 격년으로 지내던 당산제마저도 단절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돌오리상을 물래 훔친 절도범이 석물취급업자와 장물업자에게 이를 유통하려 했지만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유통이 여의치 않자 임의의 장소에 오랫동안 숨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첩보를 입수한 뒤 지속해서 수사한 끝에 마침내 돌오리상을 회수하는 성과로 이날 반환하게 됐다.
부안읍성 동서남문 세 곳에 건립된 당산은 특이하게 돌오리상으로 장식돼 부안지역의 독특한 민속신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국가민속문화재 제18호인 부안 서문안 당산에는 1689년 조선 숙종 때 건립되었다는 명문이 있어 부안 동문안 당산도 같은 해에 건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회수된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은 동문안 처음 제작된 본래의 것으로, 전통문화와 지역문화의 계승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문안 당산에는 이후 따로 제작된 돌오리상이 올라가 있으며, 남문안 당산에는 그마저도 남아있지 않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도난당한 문화재들을 이른 시일 안에 회수하여 소중한 문화재들이 제자리에서 그 가치에 맞는 보존과 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돌오리상은 부안군에 인계해 보존처리를 진행하고,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당산 위에 다시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소중한 문화재들이 제자리에서 그 가치에 부합되는 보존과 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화재청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 반환을 계기로 그동안 마을에서 매년 음력 정월 보름에 진행되지 못한 당산제를 복원하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정곤 기자·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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