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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백자 연꽃무늬 매병

백자 연꽃무늬 매병
백자 연꽃무늬 매병

고려시대의 도자공예라고 하면 우리는 대부분 청자를 떠올린다. 고려시대 전반에 걸쳐 다양한 청자가 생산되었고, 고려청자는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고려시대 공예를 대표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고려시대에도 백자가 생산되었다. 한반도에서 자기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시기에 축조된 벽돌가마에서 백자를 생산하였다는 사실이 고고학 조사에서 밝혀졌다. 도자 제작기술이 중국에서 고려로 들어오면서 개경을 중심으로 중부 서해안에 초기 가마들이 10세기 후반경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일대의 가마와 형태가 유사한 가마로 고려 초기에 축조되었다. 청자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백자가 생산되었고, 특히 경기도 용인 서리 가마터는 청자에서 백자로 전향했다는 사실이 층위로 밝혀졌다. 퇴적층 가장 아래에는 초기에 제작된 청자들이, 그 위층에서는 백자가 주로 발견되어 처음에 청자를 제작하다가 차츰 백자를 제작하는 가마터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대표적 고려청자 생산지인 부안이나 강진 등의 가마터에서도 백자가 발견되어 고려시대 청자의 전성기 중심 속에서 백자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다만 고려 사람들의 주된 수요 대상이 청자였기 때문에 백자는 적은 양만이 생산되었고 따라서 완형으로 전하는 예도 드물다.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자화(磁化)가 이루어지는 조선시대 백자와는 달리 고려시대 백자의 태토는 2차 점토이다. 따라서 고려백자는 다소 연질(軟質)로 아백색(牙白色)을 띠며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이 매병은 전형적인 고려청자의 매병처럼 어깨가 풍만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홀쭉해지는 형태이다. 다만 하얗게 빛나고 있어 백자임을 알 수 있다. 몸체에 모란당초무늬를 비스듬히 깎아서 무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모란에는 화맥(花脈)과 엽맥(葉脈)을 새겨 세밀함을 더하였다. 아랫부분에는 양각 연판문(蓮瓣文) 띠와 음각 번개무늬(雷文) 띠가 2단을 이루고 있다. 유약이 박락된 부분이 있지만 완벽한 형태의 백자 매병에 세밀한 무늬까지 새겨진 예는 거의 없어 주목된다. 청자의 형태와 문양을 본떠 만든 소중한 고려시대 백자 매병인 것이다. 이러한 백자들은 고려시대 도자문화를 더욱 다채롭게 해주고 있다.

/서유리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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