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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자급자족적인 삶을 꿈꾸며

김지연 문화기획자
김지연 문화기획자

어렸을 때 농부를 꿈꾸던 아빠를 따라 가족들은 전주의 시골 어느 마을에서 지냈다. 어렸을 때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농사를 지어 먹고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이후 초등학교에 입학 할 무렵 할아버지가 남겨두고 간 정원이 있는 예쁜 집으로 이사를 했다. 아빠가 생각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컸었던 것 같다. 자식들은 커가고 나가는 돈은 많고,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전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일어났고, 급기야 엄마가 노점을 시작하며 소위 하루 벌고, 하루 쓰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아주 불행하지는 않았다. 부족한 살림치고는 정원 있는 예쁜 집이 있었고, 힘들지만 밝은 엄마의 성격을 닮아서인지 엄마가 장사하는 곳에 따라다니며 같이 장사하는 일을 좋아했다. 그렇게 나의 유년시절은 어려운 경제적 현실을 받아들이는 내성이 생기고,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도 더 커져만 갔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돈을 많이 벌어서 떵떵거리며 부족함 없이 살아야지”라는 마음보다는 “빚 없이만 살아도 최고다, 돈이 뭐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돈 많이 없이도 잘 살아봐야지!”와 같은 생각들을 더 하게 되었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사회복지사 계약직으로 일하며 넉넉지 않은 월급을 받고 자취를 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께 다달이 용돈을 드리지 못하는 것이 종종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내 인생이니 조금 이기적이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모른척했다.

직장생활 5년, 부모님한테 말도 하지 않고 직장을 때려치고 꽃집을 운영했다. 물론 지인의 카페 안에서 아주 작게 테이블 하나로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행복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한다니 내 상황을 아는 지인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이 준비했고, 정말 하고 싶었기에 나만 생각했다. 그 때 만약 나만 생각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있었을까,

30대 초반이 된 이 시점에서 부모님의 노후를 걱정하면서도, 나의 미래를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을 꿈꾸어보자면 ‘반 자급자족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돈에 끌려가지 않는 삶, 나의 주변 사람들보다 돈이 우선시 되지 않는 삶, 돈이 나의 삶에 일부로 적용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결혼하고 애 낳고 살다보면 현실이 시작되고, 금전적인 부분이 많이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알고 있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돈이 다는 아니겠지’ 싶다. 살다가 이런 나의 생각이 제발 바뀌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급자족적인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지금부터 천천히 공부도 필요할 것 같다. 대체 에너지에 대한 공부도, 직접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작은 농사를 짓는 공부도, 아파트와 멀어져 할 일 많은 주택을 관리하는 방법도.

나처럼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지 않을까? 언젠가 TV에서 서울 도심 속 대체에너지와 같은 주제로 청년들이 자급자족저인 삶을 위해 모여 일하는 모습을 봤다. 지역에서도 이런 주제들이 많이, 중요하게 다뤄지면 참 좋겠다. 하나의 또 다른 삶의 형태로 말이다.

나는 오늘도 먼 훗날 반 자급자족적인 삶을 꿈꾸며 차근차근 준비하겠다 다짐한다. /김지연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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