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가를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이주여성이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만큼 인간 이하 대접을 받는 일이 자행되고 있어 이를 뿌리뽑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가 못살던 시절, 미군을 따라가 학대받고 버림받던 수십년전의 아픈 추억이 고스란히 한국땅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며칠전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박항서 감독을 비롯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쌓은 마일리지를 단번에 까먹은 일대 사건이었다. 국회의장, 총리, 경찰청장이 베트남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했지만 베트남 사회에서 한국을 어떻게 볼지는 불문가지다. 문제는 이번 기회에 다문화여성 인권사각지대를 말끔히 일소하는 조치가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이 많은 전북의 경우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과는 별도로 자치단체나 사회단체에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을 찾아야 한다. 2017년 기준 도내 이주여성은 1만165명에 달한다. 베트남 여성이 35.4%로 가장 많았고, 중국 34.6%, 필리핀 11.0%, 일본 5.5%, 캄보디아 5.2%, 몽골 1.1%, 태국1.3% 순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기타 지역에서 온 여성도 6%나 된다. 지자체와 인권센터가 파악한 다문화가정 폭력은 2016년 41건, 2017년 20건, 지난해 18건, 올해 6월까지 11건 등이다. 이는 공식적인 수치일뿐 언어가 서툴고 문화적 토대가 달라 의지할 곳이 없는 이주여성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임에 틀림없다. 인권을 짓밟는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는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자녀를 위해 이젠 중앙정부는 물론, 지역 차원에서 이주여성인권문제에 대해 종합대책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
이주여성이 가정폭력 피해를 입어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내국인 배우자의 조력 없이는 이주 여성이 체류 연장이나, 영주권 획득, 귀화를 하는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주여성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신원보증제도가 지금처럼 명목상으로만 폐지돼선 안되고 가정폭력이든, 성폭력이든 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안전한 비자 신설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의 개선책과는 별도로 전북도는 당장 이주여성 인권 개선을 위해 자문단 운영이나 쉼터 개설 등 실효성있는 대책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 형식적인 운영이 아닌 실제 도움이 되는 해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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