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헌신과 열정을 배운 대로 따라 가겠습니다. 꽃길만 걸으세요.”
나를 다짐하면서 누군가를 응원하는 문구다. 문구는 작은 플래카드에 새겨져 있었다. 플래카드가 걸린 곳은 한 소형건물의 강당. 이임식은 아주 소박했지만 매우 특별했다. 70년대 졸업식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행사장 여기저기선 눈물 훌쩍거리는 소리가 계속됐다. 이임하는 사람은 물론 그 밖의 참석자 대부분이 눈가를 훔쳤다. 억지로 눈물을 참느라 고개를 뒤로 젖히는 모습도 군데군데 눈에 들어 왔다. 숙연함이 가득했다. 취재차 행사장을 찾았던 기자의 콧날도 시큰거렸다.
지난달 28일 진안군사회복지협의회(이하 진사협) 송상모 회장의 이임식장에서 펼쳐진 요즘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었다. 15년 동안 조직을 이끌어 온 대표의 이임식치곤 너무 소박하고 조촐했다. 작고 조용하고 저렴하게 치러야 한다는 송 회장의 주문이 반영돼서라고 했다.
송 회장은 젊은 시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35년가량을 공직에서 일한 다음, 진안부군수로 퇴직했다. 퇴직하자마자 당시 사회복지 불모지나 다름없던 진안지역에 진사협을 세웠다. 그 후 15년가량을 오롯이 진사협에 헌신했다.
진사협 한 관계자에 따르면 복지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던 시절 사회복지에 뛰어든다는 것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송 회장이 사회복지 일에 뛰어든 것은 투신이란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협회에서 월급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연간 기백만 원씩 사재를 털어 사회복지에 보탰을 정도였다. 지금 송 회장은 진안의 사회복지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은 주역이란 평을 지역사회 여기저기서 듣고 있다.
이런 송 회장이 진사협을 떠난다니 수많은 세월을 같이했던 후배들은 눈물이 날 법했다.
이임사에서 밝힌 송 회장의 사회복지 투신 동기는 매우 순수했다. “공무원 시절 한 장애인시설을 방문했을 때 제 목을 끌어안고 우는 어린아이를 보고 퇴직 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일하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는 이임의 변에서 “열심히 한다고 했으나 아직 미흡한 구석이 많다. 비록 회장 자리는 떠나지만 협회 일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가질 것”이라고 했다.
진사협 신임 김진 회장은 전임 송 회장을 시인 도종환이 쓴 시에 등장하는 ‘담쟁이 한 잎’이라 비유했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떼’를 이끌고 장벽을 타고 넘는 ‘리더 담쟁이 한 잎’과 같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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