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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봄비

고운임 오래오래 있으라고 이슬비가 온다지요. 지게 다리 썩는다, 그만 들에 나가라고 가랑비가 내린다지요. 올봄엔 비가 참 귀하십니다. 봄비를 말하려니 지난 겨울 생각이 앞섭니다. 하 수상한 세월에 한 부조하시려 그랬을까요? 참 따뜻했지요. 겨울 다 지나서야 눈다운 눈을 구경할 수 있었지요. 겨울이 푹하면 김장김치가 시어 터져 낭패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먼 옛날이야기지요.

넘치면 빼고 모자라면 채워 주는 게 우주 만물의 이치라지요.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일까요? 지난겨울 눈 구경 힘들었건만 올봄에 비가 귀하십니다. 비는 생명이지요. 간밤 발자국도 없이 날비 다녀간 들판에 농부의 일손이 바쁩니다. 모종을 내고 씨앗을 묻어 결실을 예비합니다. 가만 이름을 외워 봅니다. 보슬비, 부슬비, 안개비, 가루비, 구슬비, 모종비, 꽃비, 는개, 실비……. 김치전엔 막걸리라던가요? 차마 처마 끝 낙수 자리 같은 눈물 자국 생기지 않게, “봄비 따라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오는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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