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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와 노동자, 그 사이에 선 ‘택배기사’의 초상

전주 서학동사진관, 9월 한달간 기획전시 ‘택배’
코로나19시대, 개인 취향·사회 움직임까지 반영

우리가 매일 일상 속에서 택배를 받는 과정과 구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설치 작업이 일상에 물음표를 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수를 껴안고 살아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지연 관장은 “자영업자와 노동자에도 끼지 못하는 이 시대의 택배기사”에 주목했다.

김 관장은 1년 동안 받은 택배를 모아 그 내용을 살폈다. 그 안엔 개인의 취향은 물론 사회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었다고. 생필품을 비롯해 옷, 책, 커피, 사진 필름 등 필요에 의해 구매한 것과 자녀들과 친지가 보내 준 선물도 있었다. 예년과 다른 것이라 하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손세성제, 체온계가 있다.

“무더운 여름철 날씨에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누군가는 새벽에도 열심히 달려야 합니다. 업무량은 많고 작업환경은 열악한데, 최근엔 바이러스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돼 눈총을 받기도 했죠. 단지 한 택배회사의 근로환경 문제라고만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택배, 그리고 이 시대의 택배기사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싶었어요.”

어느 날은 밤 11시에 울린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보니 택배 상자가 도착해있었고, 몹시 더운 여름날에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택배상자를 들고 온 이를 마주하기도 했다. 낮밤 가리지 않고 택배를 배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들을 여러 차례 마주한 덕분에 이번 전시의 주제는 더욱 뚜렷해졌다.

다양한 조건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들의 수입구조를 분석한 자료는 이들이 놓인 현실을 더욱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의 총 자본이라 할 수 있는 차량을 구하기 위해 빚을 내는 일이 적지 않고 대출금을 제하고 나서야 순수 이익을 셈할 수 있다.

택배상자에 적힌 “던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물건을 주고 받으며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기다림이 주는 설렘과 함께 소중한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하려는 이들의 땀방울이 한 공간에 어우러진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일부터 10월 10일까지 한달간 볼 수 있다. 일·월·화 휴관. 문의는 전화 063-905-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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