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시·군 곳곳에는 유서 깊은 장소인 데도 불구하고 일반인은 그 곳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전북일보는 ‘우리 동네 이곳은…’을 마련해 14개 시·군의 각 마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 소개합니다.
장수군 산서면에 소재한 호룡보루(虎龍堡壘)는 행방 후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던 시기 공산당 세력의 만행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1949년 축조한 방호시설이다.
한국전쟁 직후 향토방위대가 이곳에서 경찰과 함께 지리산 빨치산에 대적해 전투를 벌여 승리를 거두는 등 광복 이후 극단적 이념 대결과 폭력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격전지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유적지로 인정받아 2005년 6월 18일 국가등록문화재 제190호로 지정됐다.
호룡보루는 1949년 지리산 빨치산 부대의 영향이 산서면까지 미치자 당시 임준희 면장과 이장준 경찰지서장의 지휘하에 전 면민이 합심하여 경찰지서 앞에 세워졌다.
호랑이와 용과 같은 용맹함으로 적과 싸워 지역을 수호하자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호룡보루는 원래 동, 서쪽 2곳이 축조됐으나 현재 서쪽 망루는 소실되어 사라지고, 동쪽 망루만 남아있다.
동쪽 망루는 석재를 사용해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방식으로 벽체 상·중·하 3단에 각각 4개의 총구를 엇갈리게 배치하여 사방을 감시할 수 있게 설계됐다.
높이는 약 7.8m 정도이고 하단의 둘레는 16.5m 정도로 상부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태다. 출입구 상부 인방석(引枋石)에 ‘虎龍堡壘’라 새겨져 있다.
1999년 보루의 상단을 증축하고 그 위에 육각형의 누각을 세웠다. 이때 내부에 원형 철제 계단을 설치했다.
1950년 6.25 한국전쟁 중 이곳 호룡보루를 중심으로 지리산 빨치산과 경찰, 향토방위대 간의 필사적인 전투가 여러 차례 벌어졌다. 1951년 전투에서 경찰관 4명과 방위대원 11명이 전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987년 향토수복기념비를 건립해 매년 9월 28일 순직자 위령제를 올리고 있다.
장수군 산서면은 지리산, 회문산, 덕유산 등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빨치산의 이동 경로였다.
1948년 여순사건 이후 지리산을 중심으로 조직된 빨치산 남부군은 점차 인근 지역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해 갔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전남 광양의 백운산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전북 무주와 장수의 덕유산에 이르는 전남·북과 경남의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전북에서는 무주, 장수, 임실, 남원 등의 중·소 읍, 도시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산서면은 빨치산 부대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백운산에서 덕유산에 이르는 산악지대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해 빨치산의 출몰이 잦았다.
1949년 당시 임준희 산서면장과 이장준 지서장이 주축이 되고 전 면민이 동원되어 산서파출소 동, 서 양측에 축조했다. 서쪽 보루는 소실되었고 현재 남아있는 보루는 동쪽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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