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가 광한루원 춘향사당 내 봉안돼 있던 춘향영정이 친일 작가가 그린 것이라며 철거한 뒤 새로운 춘향영정을 봉안하지 않자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시민과 관광객의 혼선을 방지하고자 철거된 자리에 새로운 춘향영정을 조속히 봉안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남원시의회는 결자해지를 촉구하며 남원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남원시의회 제240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박문화 의원은 5분발언을 통해 “친일파 명단에 포함된 김은호가 그린 춘향영정이 친일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철거됐다”며 “철거된 자리에 최초의 춘향 영정을 속히 춘향사당 내 봉안해 제자리에 돌려놓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말한 최초의 춘향영정은 강주수 화가의 작품이다.
현재 남원시 향토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알려진 강 화가의 춘향영정은 1931년 제1회 춘향제부터 1962년 제32회 춘향제까지 광한루 춘향사당에 봉안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원은 “1961년 당시 송요찬 내각수반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춘향을 더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강주수의 춘향영정을 치우고 젊고 예쁜 초상화로 대신할 것을 지시했다”며 “친일 화가 김은호의 작품인 춘향영정이 기증되면서 강주수 화가의 춘향영정이 쫓겨나는 수난을 겪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금 시는 춘향사당에서 김은호의 춘향 영정이 철거되고 새로운 춘향 영정을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최초의 축제인 춘향제의 출발이었던 강주수의 춘향 영정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이당 김은호 화가의 춘향 영정에 대해 과거 작가의 친일 행적을 규탄하며 교체를 요구했다.
남원시는 지난 9월 친일 청산의 일환으로 김은호 화가의 춘향영정을 철거한 뒤 다른 춘향영정으로 교체하기로 했으나 연말이 다 되도록 윤곽이 나오지 않자 결국 해를 넘기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원시 관계자는 “남원시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조속한 시일 내 새로운 춘향영정을 봉안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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