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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학교를 칭찬할 때

이항근 전)군산 회현중학교장, 전주교육장

이항근 전)군산 회현중학교장, 전주교육장
이항근 전)군산 회현중학교장, 전주교육장

퇴직 후의 삶은 습관화된 일상과의 거리두기다. 출근을 위한 알람 꺼두기. 불규칙한 식사하기.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이 한 두 가지이겠냐만은 바뀌는 변화 속에서도 영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 중 하나가 학교 소식에 대한 관심이다. 뉴스에 교육 얘기가 나오면 티브이 앞으로 가게 된다. 매일 되풀이되는 코로나 관련 소식을 귓등으로 넘기다가도 등교문제와 관련된 소식에는 귀를 세운다.

식당 옆자리 학부모들 대화에 “아이들 둘 집에서 데리고 있어보니 선생님들 참 수고하는 줄 알겠더라.”라는 말에 은근히 기분 좋아진다. 교사들이란 이런가보다. 교사로 살아온 삶이 동일성의 반복에 의해 형성된 습관이 아니라 이식되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직에 있을 때는 ‘학생은 불만스럽고 학부모는 불안하고 교사는 불편해 하는 곳이 학교’라는 얘기에 다소곳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둔감한 학교와 교육에 자책감도 있었기에 학교를 칭찬해 달라는 말을 감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학교 밖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제안 같은 부탁을 하고자 한다. 지금은 학교를 칭찬 할 때이고 우리 모두 학교를 칭찬하자.

코로나 펜데믹,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다만 그 징후와 경고에 둔감했던 탓에 ‘불쑥 찾아온’ 착시를 일으켰을 뿐. 인간의 자존심을 당황하게 한 알파고와 4차 산업혁명의 운영체제인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이 문명의 대전환 시대가 왔음을 말하고 있다. 인류를 행복하게 할 기회일지 인간이 소외되는 위기일지 불분명하다. 위기라면 이것을 극복할 진지는 학교이고 기회로 바꾸는 엔진은 교육이다. 학교 밖에서 다가온 이 큰 불안과 위기를 인류의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책임과 능력을 학교와 교육이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독일 신경정신과 의사인 요하임 바우어(교육자들을 위한 건강연구소 소장)는 그의 책 ‘학교를 칭찬하라’에서 좋은 학교를 현실화하는 세 가지 방법을 꼽았다. 첫째, 학생이 배움을 받고자 하는 동기. 둘째,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 협조하려는 의지. 셋째, 교사와 학생이 관계를 맺는 능력이다.

첫째로 거론한 배움을 받고자 하는 동기를 신경생물학적 체계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존경하지 않는 교사로부터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학교건 교육청이건 ‘업무는 안 줄여도 좋으니 제발 민원을 줄여주세요’라는 해결 불가능(?)한 하소연을 듣는 일이 있곤 했다. 집요한 민원 탓에 법원에 드나들고 신경정신과를 찾는 교사가 많아졌다는 의사 선생님의 귀띔에 마음이 아파진다.

학교는 생태계이다. 집안 어항 속에 두고 기르는 물고기처럼 내 아이만 기르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어종이 모여 사는 강물 같은 생태계 사회이다. 지금 그 학교 생태계에 대한 엄청난 위협이 외부로부터 오고 있다. 코로나가 그렇고, 4차 산업혁명의 기계문명조차 잘못 대응하면 공동체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위협 앞에서 공동의 대응이 절실하다.

지금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학교 안에서는 내 자식’이라 여기고 살아가는, 교육의 최전선에서 미래의 변화에 초조하게 대응하는 선생님들의 소중함이 우선 존중되어야 할 시간이다. 코로나보다 더 강한 위협이 닥치더라도 학교와 교육이 최후의 보루, 최선의 진지가 될 수 있는 힘은 교사들의 자부심에 달려있다. 학교를 칭찬해주기를 간곡히 제안한다. 학교에 가야할 이유가 있냐는 반문에 “학교에는 ‘선생님’이 있지 않느냐”고 말해주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교사를 춤추게 하라’ ‘학교에 가고 싶어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같은 제목의 책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학교를 칭찬하자. 코로나 속에 봄을 준비하는 학교에 격려의 박수를 치자. /이항근 전)군산 회현중학교장, 전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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