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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선임기자의 전북 핫 피-플(people & place)] 한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해경 전북대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장이 본 한옥의 현주소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주거 공간은 일반 주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국민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 붐 속에 한옥이 하나둘씩 사라져 전통 한옥을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런 한옥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책으로 세운 ‘한옥스타일 육성 종합계획’을 통해서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도 실제 한옥 거주에 대한 선호도는 그리 높지 않다. 비용과 편의성 등에서 아파트만한 경쟁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명분을 갖고 한옥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북이 그 중심에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호남고속도로에서 전주로 들어오는 전주관문인 ‘호남제일문’이나, 철도 여행객들이 전주를 처음 접하는 전주역사 건물 모두 한옥지붕이 얹혀 있다. 전주시청사와 국립전주박물관 등 한옥형 공공건물도 많다. 전북대는 한옥형 정문부터 캠퍼스 곳곳에 여러 한옥형 시설물을 갖춘 한옥 캠퍼스를 자랑한다.

20년 가깝게 한옥 인력 양성과 한옥 연구에 몰두해온 전북대 남해경 교수(건축공학과)를 만나 한옥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들어보았다.

 

전북대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 남해경 센터장이 한옥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며 한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전북대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 남해경 센터장이 한옥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며 한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 한옥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으며, 왜 한옥을 발전시켜야 하는지.

“한옥은 사람이 만든 인공물이지만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한다. 담장이 낮고 벽은 열려 있다. 한옥의 재료들은 친환경적이다. 과학적 규명은 안 됐지만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토굴 속 시험을 통해 흙이 갖고 있는 치유력을 보여준 한 방송국의 실험 사례도 있다.

건축에는 쾌감대라는 것이 있다. 우리 한옥이 세계에 여러 채 나갔는데 유럽에서도 주목한 것이 온돌이었다. 신발과 옷을 벗고 온돌에 누웠을 때 쾌적한 느낌을 최고로 여겼다. 온돌, 맞춤과 이음 등 친환경적 한옥 건축의 핵심 기술을 현대에 접목하면 지속 가능한 건축과 함께 로하스(건강한 삶과 환경 보존을 동시에 추구하고 실천하려 하는 사람들)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한옥은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문화체며 기술체다.”

 

- 그럼에도 한옥을 주거공간으로 선호하지 않는다. 해결방안은 없는지.

“흔히 비용과 냉난방·위생설비 등 편의성 부족, 유지관리의 어려움을 한옥의 단점으로 꼽는다. 실제 건축비가 많이 든다. 한옥 건축비로 평당 최소 500~600만원, 1등급은 2500만원 이상이다. 그러나 단열이나 편의성 등 다른 문제는 많이 보완됐다. 벌레가 나오는 문제는 그만큼 친환경적이라는 이야기다. 친환경적인 환경을 갖기 위해 이 정도 관리에 번거로움은 감수해야지 않겠나.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문제는 비용인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부재 표준화 작업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부재의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 20~30%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본다.”

 

- 전주 한옥마을에 700여채의 한옥이 있다. 어떤 가치가 있다고 보는지.

“한옥마을에 연간 몇 백만이 찾아오고 있어 관광 측면에서 대단하다. 주거지가 전주한옥마을처럼 관광지가 된 것은 세계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건축학과 문화재적인 측면서 보면 문제가 있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와 1960년대 지은 건물을 전통한옥으로 해석한 것이 잘못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식이 아니면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다. 한옥마을을 근대한옥의 중심으로 해석했으면 정체성이 더 분명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의 관공서와 은행, 사택들이 다 없어진 것도 아쉽다. 집의 용도로 지었는데 상업시설로 개축하다보니 전통 한옥의 기본원리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생각해볼 문제다.”

 

- 전북의 대표적 전통 한옥을 꼽는다면.

“정읍의 김명관 고택, 고창 신재효 고택, 부안 김삼만 고택, 남원 몽심재 고택, 익산 김병순 고택 등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그 중 김명관 고택은 전국적으로 손꼽을 만큼 한옥으로서 가치가 크다. 한옥을 감상할 때 하수는 이게 창방이고 대들보고 하는데, 고수는 턱 괴고 멀찌감치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한옥에서 공간구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김명관 고택은 공간구성에서 걸작 중 걸작이다. 휘어진 목재를 맞춘 것도 요즘 목수들이 따라하기 힘든 기술이다.”

 

- 이김명관 고택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3년 연속 문화재청 최우수사업에 선정됐다. 한옥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높이는데 그만큼 기여가 컸다고 보는데, 어떻게 운영했나.

“앞서 말한 것처럼 김명관 고택은 그 자체 전통 한옥으로서 가치가 높은데 이를 개조해 숙박시설로 이용하려는 분이 있었다. 마침 내가 문화재 위원으로 활동할 때여서 이를 중지시켰다. 다시는 손대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생생문화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고택 체험과 명품건축 답사, 토론, 문화재 보호활동 등으로 진행했다. 이전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주말에 관광버스가 온다.”

 

- 한옥형 공공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보는지.

“살립집으로서 한옥을 지을 때 ‘휴먼스케일’이란 말을 쓴다. 집이 사람을 억누르지도 않고 사람이 집을 종속시키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사람의 키를 넘지 않게 하려고 높이 대신 채 나눔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지금은 2층 이상 거대 한옥이 등장해서 우러러 쳐다봐야 한다. 전통 한옥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공공건축물의 경우 한옥이라기보다 한옥의 겉모습만 차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 한옥형 공공건축물 중 모범이 될 만한 곳을 꼽는다면.

“전남 장성에 있는 한옥도서관이 작은 도서관들의 모델이 될 만하다.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패시브 시스템) 천연재료 환경에서 부모와 아이가 자유스럽게 놀면서 책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프로그램 운영도 도서관이 아닌 학부모가 설계하고 도서관이 뒷받침 하는 형식이다. 전주 건지산 숲속도서관 같은 곳에 이런 한옥도서관이 만들어지면 좋을 듯하다.”

 

- 한옥정책과 관련해 지자체에 권하고 싶은 한 가지.

“전주한옥마을에 술박물관까지 운영되고 있으나 정작 한옥박물관이 없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한옥 관련 전시회를 하고 전국적으로도 20여차례 전시회를 가졌으나 전주에서 한옥 전시회를 한 적이 없다. 몇 년 전 국립무형유산원 옆에 국가 한옥홍보관을 지을 기회가 있었는데 수원으로 넘어간 게 아쉽다. 한옥마을로 브랜드가치를 높인 전주에 한옥박물관 하나쯤은 있어야지 않겠나.”

 

남해경 교수는

전주시가 한옥마을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면, 한옥 인재 양성에 전북대가 있다. 전북대가 한옥에 깊이 발을 딛게 한 게 남해경 교수다. 목포 대불대에서 2003년 모교 전북대로 자리를 옮긴 남 교수는 지방대의 서러움을 후배들이 겪지 않게 전국적으로 1등과를 만들어보자는 욕심을 가졌다. 그 지점에서 한옥에 주목했다. 한옥마을이 마침 뜨는 상황이어서 지역 특화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가 이런 한옥 인력양성 꿈을 펴는 데 전북대 고창캠퍼스는 날개가 됐다. 현재 전북대 한옥캠퍼스라고 할 정도로 특화된 고창캠퍼스는 한옥 전문인력 양성의 산실이다. 전국에 한옥인력 양성기관이 250개 정도이지만 대부분 사설이며, 고창캠퍼스처럼 국립기관으로서 표준적인 과정을 가르치는 곳은 몇 안 된다. 첨단설계 장비까지 잘 갖춘 것도 이곳의 자랑이다. 설계인력과 기능인력 등 고창캠퍼스에서 그간 배출한 한옥 관련 전문 인력이 1500명에 이른다. 연간 몇 명 선발하지 않는 문화재 실측사와 보수교육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단장을 맡고 있는 남 교수가 이곳을 한국의 ‘바우하우스’로 여기는 이유다.

고창캠퍼스가 인력양성을 맡고 있다면 남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전북대 한옥기술종합센터는 연구개발의 산실이다. 올해로 개소 10년을 맞은 센터는 건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에 나서 몇몇 특허를 냈다. 아직 양산 체제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일부 특허 개발품이 상용화 될 경우 부재의 대량 생산 길이 열릴 것이라고 남 교수는 소개했다.

남 교수는 한옥의 세계화에도 관심이 많다. 세계 여러 나라 전시회와 체험활동, 한옥 정자 수출 등의 실적이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고 본다. 더불어 사는 지혜와 미덕을 갖춘 한옥의 마음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함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과 대한건축학회연합회장, 농촌건축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여년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과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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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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