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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혁명적 발전을 위한 비결] 신라 황룡사 9층탑 같은 전북 부흥 '마천루' 필요

김두규(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삽화=정윤성 기자
삽화=정윤성 기자

서기 643년(선덕여왕 12년) 동쪽 나라 신라 상황이다. 당시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의 협공을 받아 대야성 등 40여개의 성을 빼앗기는 절체절명의 국난이었다. 신라는 당나라에게 구원요청 사신을 거듭 보낸다. 그해 9월 당태종은 다음과 같은 기가 막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너희 나라는 여자를 임금으로 삼아 이웃 나라의 무시를 당하고 있다(...)내가 종친 한 사람을 보내어 너희 임금으로 삼되, 그 스스로 임금 하기 어려우니 마땅히 군대를 보내어 호위케 하겠다.“

이른바 당태종의 ‘선덕여왕 퇴위론’이다. 당나라 군대를 파견하여 식민지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에 신라 내부에서도 여자 임금의 권위를 인정하는 세력과 여왕 퇴위론을 주장하는 세력으로 양분된다. 퇴위론에 동조한 세력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춘추(그리고 그 연합체의 김유신)였다. 선덕여왕은 절박했다.

어떻게 그녀는 위기를 반전시켰을까? 당시 당나라에 유학 중이던 자장법사를 급히 귀국시킨다. 자장법사는 여왕의 정치적 지지세력이었다. 귀국한 자장법사는 여왕에게 국운 쇠퇴의 원인 분석 함께 해결책으로 ‘황룡사 9층탑 조성’을 제시한다.

풍수설에 따르면 ‘산천(국가)의 기운이 달아나는 형상이면 탑을 세워 멈추게 한다.(走者以塔止之)’는 비보(비보) 방법이 있다. 탑을 세운 지 30년 만에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통일을 이룩한다. 이 사건을 두고 후세의 역사가 일연(‘삼국유사’ 저자)은 말했다. “탑을 세운 뒤 운수가 형통하고 삼국을 통일했으니 탑의 영험이 아니고 무엇이랴!” 독자들께서 참으로 허접스러운 ‘전설’로 들릴지 모르겠다. 탑 하나 세웠더니 국운이 반전되어 고구려 백제를 멸망시켰다는 황당한 ‘황룡사 9층탑 전설’이 말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황룡사 9층탑 조성 발안자는 자장 법사였다. 하지만 9층탑 조성 총감독은 여왕 퇴위론에 동조하던 김춘추 세력이었다. 다름 아닌 김춘추의 아버지 김용춘(용수)이었다. 반대 세력을 포용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도편수는 적국인 백제의 건축 명장(名匠) 아비지였다. 적국의 문화와 기술을 인정하고 수용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귀족들이 가진 경제력을 동원하여 공사에 투여함과 동시에 9층탑이 세워지면 복속하게 될 아홉 나라를 열거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신라 중심 시각을 제시하였다. 국론 통일에 긍정적 작용을 하게 하였다.”(윤명철 동국대 교수). 9층탑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토목·건축·인테리어 등 고도의 과학적 기술과 인력이 소요되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었다. 탑 하나 세워 국가의 운명을 바꾸었다. 풍수의 핵심은 바로 “하늘이 하는 바를 빼앗아 천명을 바꾸는 것이다(脫神工改天命”.(‘금낭경’)

 

2021년 지금 전북의 운명은 어떠한가?

1960년대 전북 인구는 250만 명이 넘었다. 어린 시절 동네 벽보에 “250만 전북도민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도지사 담화를 읽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 당시 대한민국 인구는 2500만 명이었다. 대한민국 인구의 10분의 1일 전북이 차지하였다. 전북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숫자이다. 그런데 지금 전북의 인구는 180만 명이다. 대한민국 인구는 5100만 명을 넘는다. 숫자상으로만 보아도 전북이 얼마나 초라하게 위축되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전라도 감영이 있던 전주의 위상조차도 광주·나주·여수에 밀리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비빔밥·콩나물국밥·막걸리(전주)·고추장(순창)·추어탕(남원)’ 등을 전북의 자랑으로 내세울 것인가? 그것들은 과거 농경사회의 산물이다. 지금은 농경사회가 아닌 문화·관광·AI시대이다. 그런데 전주만 조금 벗어나도 악취 풍기는 축사에서 나오는 오물로 맑은 물을 오염시키고, 태양광발전시설물들은 산과 문전옥답에 대못을 박고 있다. 필자가 주소를 두고 있는 순창도 마찬가지이다. 고추장 명산지도 옛말이고, 악취 풍기는 축사가 사람을 내쫓는다. 풍수 격언에 ‘산은 인물을 키우고, 물은 재물을 늘려준다[山主人, 水主財]’란 말이 있다. 산이 깨지면 인물이 나올 수 없고, 물이 더러워지면 재물이 늘지 않는다. 새만금 사업이 30년 넘도록 터덕거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농경·축산업의 전북이라는 굴레를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관광·문화·AI시대로의 비약적 변신을 해야한다. 전주를 찾는 관광객이 막걸리가 아닌 세계적 와인을 즐기게 하고, 비빔밥이 아닌 후백제 궁궐 음식을 맛보게 해야한다. 우리나라 사람만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전주와 전북으로 만들어야한다.

구체적인 풍수 비결이 있는가?

첫째, 전북도청을 새만금으로 옮기자. 획기적이고 신속한 새만금 사업의 완성을 위해서이다. 전북인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만금 공항도 좋으나 새만금KTX 신설이 필요하고, 개설될 새만금 KTX는 여수와 남해로 달리게 하여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야한다.

둘째, 후백제의 도읍지였던 전주의 ‘도읍지’ 복원이다. 최근 전라감영 복원은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를 관장했던 전주의 위상을 확인시키는 의미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관찰사가 아닌 왕의 도시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 전주제일고와 풍남초등학교 일대가 후백제의 궁궐터가 분명한 만큼 그곳에 후백제 궁궐을 조성하여 관광·숙박·드라마촬영 등으로 활용하면,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 싫증을 느끼는 ‘한옥마을’을 되살릴 수 있다.

셋째, ‘외로운’ 모악산에게 생기를 넣어주는 비보풍수가 필요하다. 일찍이 시인 김지하 선생은 모악산을 칭찬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풍수적으로 한반도의 배꼽은 모악산이다. 모악산 저쪽 즉 금산사 쪽이 자궁에 해당, 모악산 이쪽 즉 전주 쪽이 이를 지탱해주는 척추이다.” 모악산을 중심으로 김제·정읍·고창·부안·군산은 산의 배[山腹]에 해당되어 평탄하고 드넓다. 농산물이 풍부하다. 옛날 큰 대장간들이 용머리고개 등 전주 서쪽에 많았던 것도 이곳 평야지방이 큰손이었기 때문이다. 그 반대쪽인 임·순·남과 무·진·장은 산의 등[山背]에 해당되어 산간지방이 된다. 산채와 약초 풍부하였다. 전주 약령시장과 비빔밥이 유명했던 것도 이러한 물적 토대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농경사회에서의 일이다.

모악산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주어야 한다. 그것은 하늘이 아닌 사람의 일이다.

문화·관광의 시대에 무엇이 필요한가? 어머니인 모악산[자연]에 황룡사 9층탑과 같은 ‘타워(마천루: 인간)’가 필요하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대화이자 상생 작업이다.

 

왜 ‘황룡사 9층탑’이 필요한가? 롯데 창업자 신격호 회장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서울 잠실에 가면 123층 555미터의 마천루 ‘롯데월드타워’가 그 위용을 자리한다(필자는 개인적으로 건설 과정에서 현장을 직접 가보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나눈 적이 있기에 내부사정을 좀 아는 편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전세게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타워로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이자 자랑이 되었다. 처음 신격호 회장이 초고층(마천루) 건물을 기획하자 주변 측근 임원들이 모두 반대하였다. 그러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철학은 분명했다. “세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마천루를 세움으로써 강국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기업보국(企業報國)이다. 서울이 비록 아시아에서 큰 도시이긴 하나 외국인 관광객들에 고궁 말고는 눈에 띄는 관광거리가 없다. 언제까지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 그 나라의 빛나는 볼거리(觀國之光)로서 마천루만한 것이 없다.”

‘사드 사건’과 ‘코로나 19’로 지금 ‘롯데월드타워’를 찾는 외국인이 적은 편이나,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될 것이다. 롯데는 분명 이것으로 인해 세계적 기업의 토대를 만들었다. 한국을 방문했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롯데월드타워’를 보고 한 말이다.

전주와 전북도 마찬가지이다. 언제까지 겉만 한옥인 ‘짝퉁 한옥마을’과 막걸리, 그리고 축사로 악취 풍기는 순창 고추장 등등만 자랑할 것인가?

‘자광그룹’에서 ‘전주대한방직공장부지’에 430미터 타워 건설 계획을 전주시에 제안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소문으로만 여겼는데, 실제로 구체적 추진계획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청을 새만금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우려되는 전주의 공동화(空洞化)는 후백제궁궐 조성과 ‘초고층 타워’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 상하이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이 포동(浦東)지역 강변에 세워진 동방명주(東方明珠) 타워이다. 상하이를 찾는 사람은 반드시 이곳을 찾는다. 전주가 초고층 타워가 필요한 이유이다.

 

‘자광그룹’의 구체적인 타워건설 안에 대해서 ‘430미터’라는 숫자 밖에 필자가 아는 것은 없다. 왜 그곳이어야 하며, ‘430’이란 숫자이어야 하는지 설득력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몇 가지 풍수적 질문과 제안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숫자 430은 불길하다. 4→3→0으로 축소형이자 끝내는 0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123층과 555미터란 숫자를 참고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1→2→3으로 확장하면서 중앙을 상징하는 ‘5’가 셋으로 완결짓는다. 천하의 중심이 되겠다는 염원을 숫자로 대변하였다.

둘째, 전북도청 옆의 ‘대한방직공장부지’를 감싸돌아 흘러 가버리는 삼천천의 물[水]을 타워가 마시는[飮水]는 형국을 이미지화 해야한다. 풍수에서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水主財]’고 하였다. 흘러가버리는 물[水]를 타워가 모아서 빨아들여 그것을 모악산에 뿜어주어야 한다. 전주와 전북이 1960년대처럼 다시 재물이 넘치고 뛰어난 인물들이 배출되는 기제(機制)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음(陰)인 모악산과 양(陽)인 초고층타워가 음양교구(陰陽交媾)가 이뤄져야 새로운 전북이 탄생된다.

셋째, 타워의 모양에 관해서이다. 앞에서 소개한 ‘롯데월드타워’도 설계과정에서 그 모양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30여 번의 설계 수정을 거듭하였다. 한국전통문화를 이미지화 할 수 있는 한옥ㆍ고려청자ㆍ대나무 등에서 그 모습을 취하려다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왕희지의 ‘필진도(筆陣圖)’가 언급하는 문방사보(文房四譜) 가운데 으뜸인 붓 모양이다. 붓은 글쓰는 도구이고 글은 문화·문명의 키워드이다. 문화의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미이다. ‘자광그룹’의 ‘초고층타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통해 전북과 전주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가 되게 해야한다.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은 그것이 주는 강렬한 기운으로 말미암아 해당 도시를 대표하며, 해당 도시를 찾는 이들의 지향점이 되기도 한다. 바깥에서 볼 때 독특한 건물 모양으로서 가까이보다 멀리서 더 높게 보이게 하여(近低遠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케 해야한다. 풍수에서 말하는 기(氣)를 응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건물 내부에서는 사방의 시야를 넓게 확보하게 하여 그곳에서 업무를 보거나 거주하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세계의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자부심을 심게 한다. 마천루 주변은 건물의 목적과 상징에 부합하는 조경수와 조경물을 설치하여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한다.

 

흔히 초고층 타워에 대한 반대논리로서 ‘마천루의 저주(sky scraper)’를 내세운다.

높은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마천루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무한한 능력에 대해 경이로운 감탄을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생긴 말이 ‘마천루의 저주’이다.

‘마천루의 저주’란 말은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 로런스(A. Lawrnce)가 1999년 ‘마천루 지수’ 개념을 발표하면서 생긴 용어로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929년)과 크라이슬러빌딩(1930년) 건설이 1930년대 대공황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말레이시아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완공한 1990년대 후반 이후엔 아시아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또한 2009년 828m 높이의 세계 최고층빌딩 부르즈 할리파를 건설 직후 두바이도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하는 등 재정난에 직면했다. 이것이 바로 마천루의 저주이다.’

그런데 마천루의 저주에 걸리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주가 충분한 건축비용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건설 후 분양을 미끼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짓느냐이다. 대개 후자의 경우 운이 나쁠 경우 그 건물을 안고 넘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자광그룹’이 그 정도 재력이 있는지는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입지·건물의 모양에 따른 풍수적 좋고 나쁨 또한 중요하다. 마천루가 아닌 일반 대형건물에서도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망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마천루 전문가 이종원(성균관대 건축가) 교수는 마천루의 저주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언한다. “마천루 때문에 경제가 파탄이 난 것이 아니라, 경제가 호황이었기 때문에 마천루가 세워진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라는 표현은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의 틀을 20-30년으로 한정하여 적용하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각의 틀을 넓혀 200-300년을 놓고 본다면 마천루의 축복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합하다.”(이종원, ‘초고층 도시 맨해튼’). 마천루를 가진 기업들은 대공황시기에도 마천루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준공년도인 1931년부터 무려 42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평균 350만명의 관광객을 전망대로 끌어들이며 힘든 대공황시기를 버텨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초고층 마천루를 여러 개 지어 세계인들이 우리 도시를 마천루의 도시로 미래를 지향하는 도시로 기억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롯데월드타워가 “서울의 서울다움을 이념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표상하면서 동시에 도시적이고 건축적인 장소”로 만들었다면, ‘전주의 전주다움을 이념적·물질적으로 표상하면서 도시적이고 건축적인 장소’가 필요하다.

전북의 혁명적 부흥을 위해 ‘황룡사 9층탑’이 필요하다.

김두규(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김두규(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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