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6월 10일 순종황제 인산일 맞춰 일어난 사건
통칭 6·10만세운동으로 알려졌지만 정읍은 백기 게양
정읍 거리가 백기 물결 이뤘던 이색적인 반일의거
의거 주역 최태한 지사 아직 독립유공자 포상 못받아
국가보훈처 “내년에 재심사하겠다”는 입장 밝혀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 “백기 운동 전북이 전국 유일”
대한제국 순종황제 장례일에 일어난 6·10만세독립운동이 올해로 95주년을 맞는 가운데 같은 날 정읍에서 일어난 백기 게양사건을 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장기에 검은 리본을 매달아 조의를 표하라는 조선총독부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백기를 내걸었던 이색적인 반일 의거지만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위를 주도했던 최태환 애국지사도 독립유공자로 포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읍 백기게양사건은 10일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제시한 자료인 <시대일보> 1926년 6월 14일자 기사에 나와 있다. 시대일보는 1924년 육당 최남선이 창간했던 신문이다. 시대일보>
이 자료에 따르면, 순종효황제(순종황제) 인산당일인 1926년 6월 10일 정읍에서는 각 상점과 음식점이 일제히 문을 닫고 옥양목으로 순 백색기를 만들어 달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어 같은 날 11시 사회 각 단체와 학생시민연합은 청년회관에서 죽은 황제를 향해 절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시위를 주도한 사람은 최태환 지사, 그의 행적은 <영산실록> 에 나와 있다. 영산실록은 정읍 향토사학자인 정봉선이 최태환의 글을 모아 펴낸 책이다. 영산실록>
책에 따르면, 최태환 지사는 조선 마지막 왕의 국장일이라는 소식을 듣고 정읍시장으로 가서 백로지 20장을 구입한다. 백기를 매달 흰 천이 없는 집에 나눠주기 위해서다.
그는 거리를 다니면서 일본기를 빼앗아 찢고, 백기를 한절 씩 나눠줬다. 정읍경찰서 순사들은 주동자를 찾아 나서고, 결국 최 지사는 이날 오후 자진해 경찰서로 들어간다.
전북 독립유공자 발굴 작업을 해왔던 이태룡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소장(전 무주 푸른꿈고등학교 교장)은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심한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읍군 정읍면 부면장 등 수입 명의 군민들은 그의 석방을 요청했고, 큰 시위가 일어날 것을 우려한 경찰서장은 46일 만에 풀어준다.
이같이 이색적이고 의미가 큰 사건이지만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 소장은 “운동 면면을 보면 사회주의 계열의 운동과 반제국주의 노선, 민족주의 성향 등의 단체가 각지에서 만세 운동을 벌인 동향이 나타난다”며 “같은 날 만세 운동 없이 백기가 나부낀 곳은 전국 전북 정읍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대중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95주년을 계기로 조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태환 지사의 후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최 지사의 막내딸 최영임(89) 여사가 지난 2001년부터 공적을 정리해 국가보훈처에 포상을 신청했으나 번번히 ‘자료 미비’를 이유로 반려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와 함께 ‘정읍백기사건’에 대한 진술서를 제출했다. 현재 국가보훈처에서는 “진술서를 공적심사에 반영하고, 면밀한 검토와 자료 재조사를 거쳐 2022년 3·1절 계기 공적심사에 부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심사결과는 2022년 2월께 나온다.
이 소장은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면 최 지사의 공적은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하거나 항거한 사람들’과 부합한다”며“법률적으로도 자격이 되는 만큼 독립유공자 포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읍 백기게양사건-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장례식을 치르는 날인 1926년 6월 10일, 정읍에서 각 상점과 집집마다 백색기를 내걸면서 일제에 항거한 사건. 당초 조선총복부는 이날 일장기에 검은 리본을 매달아 조의를 표하라고 지시했지만, 최태환 지사를 비롯한 정읍군민들은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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