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 그린 진경산수화…자신 철학 녹여내
다음달 4일까지 문화공간 ‘향교길68’서 개인전
“전통 산수화는 행하는 그림입니다. 내가 발로 걸으면서 바라본 것을 그리는 거죠. 그래서 철학이 있는 그림입니다.”
한국의 산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담아내는 경산 송관엽 화백이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붓을 든 철학자’. 그림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부산에서’ 등 최근 작업한 산수화와 부채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송 화백은 한국의 산을 소재로 수묵화를 그린다. 그는 “한국의 산은 정확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 갖춘 화강암 지역에서 나온 한국 산만의 형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겸재 정선, 소정 변관식과 같은 한국 전통 산수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자신만의 조형미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오래전, 수묵산수 화가들은 중국의 산수화를 모방해 그렸다. 당시 관행을 깨트린 건 조선 시대 겸재 정선이었다. 그는 조선의 실경을 직접 보고 그리며 인왕제색도, 금강전도, 비로봉도 등을 남겼다. 이후 소정 변관식 선생도 금강산을 비롯한 한국 산하를 사생했다.
송 화백은 “한국의 산은 용이 꿈틀거리듯 산과 산이 연결돼 있다. 그러다 보니 골짜기를 수묵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찾아낸 것이 ‘안개’다. 안개를 배치해 그에 맞게 산맥이 흘러가도록 한 것이다. 그는 안개를 끌어들임으로써 “비울 자리는 비우고, 채울 자리는 채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후 송 화백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흐리게 그린 먼 산이 관념적이고 고전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는 “공기 중 물방울의 양에 따라 산의 흐리고 선명한 정도가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 아무리 산이 가까이 있어도 그 자리가 연해지고, 공기 중에 물방울이 없으면 먼 산도 선명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의 산수화에서는 먼 산이 선명하고, 가까운 산이 희미하다. 이는 일반적인 원근법과는 다른 특징이다.
그는 “이 조형미를 발견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공간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들이 안개 낀 산을 잘 그린다고 했을 때도 이걸 찾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올봄에 그림을 그리고 썼던 제목이 ‘비로소 봄’입니다. 이제 비로소 보인다는 저의 고백입니다.”
송관엽 화백은 원광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초대전, 회원전 등 450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화선지와 쉬지 않고 놀아왔다. 전북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수묵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계속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