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진보는 혁신을 가져왔다. 혁신의 결과물은 생산, 소비 그리고 다시 업그레이드를 반복해 또 다른 혁신의 모델이 된다. 이러한 반복으로 자본은 자본을 낳고 환경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환경에 놓인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자연환경이다. 자연환경은 인간의 욕심에 꾸준히 자기 몸을 내어 주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기술의 진보가 혁신을 거듭할수록 알게 된다.
이순미 작가의 ‘햇빛 전쟁’ <보랏빛소 어린이> 은 기술의 진보와 혁신만을 좇는 인간의 욕망에 경종을 울리는 동화다. 햇빛이 인간에게 던지는 경고. 그 경고는 실로 무시무시하다. 보랏빛소>
주인공 루아는 아빠를 따라 피부병을 앓는 동생 모아와 시골로 이사를 한다. 루아 가족뿐만이 아니라 많은 도시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청정지역이라 불리는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그러나 피부병은 오히려 더 심해져 간다. 이곳에는 ‘햇빛 단지’라 불리는 최고급 자재로 지어진 최첨단 시설을 갖춘 주거지가 있다. 단지를 조성한 아인이 아빠는 햇빛 다시 말해 자외선이 주는 재앙에도 위기가 기회라며 기술이 재앙을 이길 수 있다고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사람들은 결국 아인 아빠 설득에 넘어간다. 땅속에 개미집을 짓는 할아버지처럼 자연에 귀이 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포기할 게 너무 많아서다.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 거짓을 마주하고 바로 잡는 것이 훨씬 쉬운 선택이라는 걸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진실은 불편하고 불쾌한 것투성이니까.
많은 선택지가 있다. 어떤 삶을 살지는 어떤 선택지를 고르냐에 달렸다. 하지만 환경파괴 앞에서는 선택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비판과 실천뿐이다. 환경을 파괴한 우리 자신에게 건네는 비판이다. 비판은 이해시키는 것이다. 먼저 스스로를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를 이해시킬 논리가 선다. 그다음은 실천이다. 개개인의 실천은 너무 미비해서 눈에 띄지도,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안다. 나비효과를. 나비의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키는 것처럼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좀 더 나은 세계로의 이행을 가져오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순미 작가는 서문에서 ‘달라지는 자연과 환경의 신호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방어벽은 우리가 함께 지켜 낼 수 있을 거’라고 적었다. 작가의 말처럼 자연의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민함을 장착할 때다. 유연한 예민함으로 자연이 자정 능력을 되찾을 수 있게 돕는다면 시나브로 달라진 환경을 마주하고 선 우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손에 들어야 할 때다. 코로나라는 대재앙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경험한 어린이들에게 더더욱 가닿는 동화일 테니 말이다. 책을 통해 기술의 진보가 어떤 분야에 더 유용하게 쓰이고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인지하고 올바른 비판을 통해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줄 아는 전 세대의 이야기가 되길 희망한다. 여름이 햇살에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자라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이 동화 한 권에 스며있다.
김근혜 동화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으로 등단했다. 펴낸 책으로 동화 <제롬랜드의 비밀> <나는 나야!> , 청소년 소설 <유령이 된 소년> 이 있다. 유령이> 나는> 제롬랜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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